공유하기
입력 2001년 1월 16일 16시 3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의 유고 정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은 13일 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뒤 그와 그의 측근들을 국제전범재판소로 보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고 유고 언론들이 전했다.
이어 그는 15일 구 유고연방의 전범들을 다루고 있는 칼라 델폰테 국제전범재판소 소장의 면담 요청까지 거부했다. 유고의 민주세력과 국제사회는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보인 의외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또 집권 세르비아민주연합(DOS)의 각 정파들은 코슈투니차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 내정자는 "유고를 파괴시킨 사람과 만나 무얼하려 했던 건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코슈투니차 대통령측은 "13일 밤의 회동은 밀로셰비치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여전히 제1야당인 세르비아사회당(SPS) 당수인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변명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은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밀로셰비치를 국제전범재판소로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6일 유고 시민혁명이 절정에 달했을 때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맺은 전임자 신변안전에 관한 모종의 밀약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밀로셰비치는 군대를 동원할 태세였으며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코슈투니차가 이같은 밀약을 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코슈투니차 대통령 개인의 세르비아 민족주의가 밀로셰비치를 국외법정에 세우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전범재판소를 미국의 정략에 따라 움직이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18개의 군소정당으로 이뤄진 DOS가 '독재타도'라는 목표를 이룸에 따라 서서히 구심점을 잃고 있는 것도 그로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인 밀로셰비치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고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밀로셰비치를 국제전범재판소로 보내기보다는 유고 내에서 국내법에 따라 전범재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