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이지메문제 심각…폭력성 성향 심화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일본에서 이미 사회문제로 비화된 ‘이지메(집단 괴롭힘·Hazing)’가 미국 청소년 사회에서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미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이지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 소재 앨프리드대학 연구팀이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에서 연간 200만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A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미 고등학생의 이지메 실상을 처음으로 종합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이지메 행위가 갈수록 폭력적이고 위험한 성향을 띠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구를 주도한 나딘 후버 박사는 “특정 서클이나 단체에 가입한 고등학생 가운데 48%가 이지메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버 박사는 “이지메 대상이 된 학생들 중 43%는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당했고, 23%는 금품을 갈취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지메 행위를 직접 한 학생도 2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강제로 술을 먹이는 등의 육체적 가학행위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대목이라는 것.

후버 박사는 “고등학생 대부분이 운동서클에 가입해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전체 고등학생의 25%가 이지메를 당하고 있거나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성별로는 남학생이 위험한 이지메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찰스 에드먼슨 앨프리드대학 총장은 “고등학교의 이지메 확산은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운동 선수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앨프리드대학은 지난해 미국 대학 운동선수 가운데 42%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지메를 경험했으며 5%는 중학생 때 첫 집단괴롭힘을 당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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