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빌 클린턴 행정부는 NMD를 추진한다는 큰 방향은 잡았지만 적지않은 고민이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5일 행정부 관리 사이에 북한 이란 이라크의 미사일 위협 가능성에 관해 심각한 이견이 있으며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지적한 정보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6일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50명이 “NMD구축이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할 뿐 미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클린턴 대통령에게 NMD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적의 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맞히는 NMD 시스템의 성공률도 논란거리. 지난해 10월 1차 실험은 성공했으나 올 1월 2차 실험은 실패했다.
▽러시아〓야코블레프사령관은 5일 “미국이 NMD를 추진하는 것은 핵무기 보유국과 핵무기 개발이 임박한 나라에 대해 핵 능력을 높이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는 방패가 견고해질수록 창도 강하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러시아는 또 미국의 NMD 추진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제한한 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위반하는 것인 만큼 러시아도 각종 군축 관련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푸틴이 북한을 방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미국이 NMD 개발의 필요성으로 강조해온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과 북한〓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츠하오톈(遲浩田) 중국 국방부장(장관)을 만나 NMD 문제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코언장관은 NMD계획에 대한 양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츠하오톈장관은 NMD 추진이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군비증강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핑계로 NMD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미국 방어 중심의 NMD보다 전역(戰域)미사일방어체제(TMD)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TMD는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동북아 지역에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갖추는 계획.
▽한국과 일본〓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은 TMD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TMD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불가피한 만큼 미국의 NMD 협조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 미국 정부로부터 TMD 참여와 NMD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NMD 추진이 러시아 중국 등 동북아 국가의 군비 증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미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