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온몸으로 일어나려 했다"…지즈코여사 간병기 공개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남편은 온 몸으로 힘을 쓰며 ‘일어나고 싶다, 일어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뇌경색으로 숨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일본총리의 투병당시 상황을 부인 지즈코(千鶴子)여사가 처음으로 공개했다. 10일 발매되는 월간지 문예춘추에 실릴 지즈코여사의 수기 내용을 요미우리신문이 7일 소개했다.

지즈코여사는 오부치전총리가 입원한 4월2일 오후 상황에 대해 “남편은 자꾸만 ‘일어나고 싶다. 일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가 안정하라고 말했는데도 온 몸으로 힘을 쓰며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안정하세요. 조금 주무세요’라며 필사적으로 남편을 말렸다”고 썼다.

지즈코여사는 “관저에는 경호원의 차밖에 없어 남편을 병원에 옮길 수 없었다. 운전사도 없었다. 위기관리란 말은 많았지만 관저에는 물베개 하나, 구급약상자 하나 없었다. 총리의 건강 관리를 위한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다”며 구멍뚫린 위기관리를 꼬집었다.

의사들은 입원초기에는 “길게 잡아 1개월 정도 입원하면 다시 집무를 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오부치전총리는 입원 40여일만인 5월14일 숨을 거뒀다.

지즈코여사는 “남편의 투병 모습이라며 사진이 게재됐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직감적으로 남편을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즈코여사는 “남편이 회복해 그토록 관심을 기울였던 오키나와(沖繩) G8 정상회담만은 치를 수 있기를 바랐다”면서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나면 남편의 영정을 들고 오키나와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지즈코 여사는 간병 중 오키나와 민요를 틀어놓고 “여보, 정상회담이 시작돼요. 일어나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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