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송은 어느기업 차례냐"…美재계 긴장

  • 입력 2000년 4월 5일 20시 18분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이 나온 이튿날인 4일자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제목이다.

MS와 미 법무부 간 타협이 법무부와 함께 원고가 된 19개 주정부 검찰총장(AG)들의 강경한 태도로 무산되고 끝내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까지 나오자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들 주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한 것.

주정부들이 ‘AG의 새로운 행동주의’라는 기치 아래 대기업들을 상대로 잇따라 집단소송을 냄으로써 대기업들이 ‘다음 번 집단소송의 표적은 누구인가’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주정부들이 집단소송의 ‘수익성’에 눈을 뜬 것은 1994년 5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미시시피주의 흡연자 치료비 청구소송 때. 미시시피주 마이크 무어 검찰총장은 승소하면 받아낼 배상액에서 일부를 떼주는 조건으로 변호사들을 고용했다. 변호사 수임료 한푼 없이도 엄청난 배상금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을 읽은 21개주가 공동으로 참여한 이 소송은 세기의 재판이 돼버렸다. 5년을 끈 이 재판에서 담배회사들은 결국 화해형식으로 주정부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향후 20년간 모두 3600억달러(약 390조원)를 내기로 했다. 이 소송으로 ‘AG 행동주의’의 기수로 떠오른 무어는 “집단소송을 피해갈 만큼 큰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산업도 예외는 없다”고 말해 재계를 긴장시켰다.

미 최대 총기제조회사인 스미스앤드웨슨은 지난해 주정부의 본을 뜬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시카고 등 30개 시정부에 표적이 됐다. 시정부들이 총기안전사고에 대한 보상금청구소송을 내자 이 회사는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올해 1월 회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로드아일랜드 주 검찰은 인체에 유해해 78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납 페인트의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뒤늦게 올해 집단소송을 냈고 수액(樹液)으로 만드는 고무제품인 라텍스 업계를 상대로 한 주정부들의 집단소송도 준비단계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는 지금 주정부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고 냉소적으로 비유한 뒤 “집단소송에 재미를 붙인 주정부들이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송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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