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술렁이는 지구촌]3월 OPEC회의가 고비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함에 따라 산유국과 비산유국을 가릴 것 없이 지구촌 경제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융단폭격했던 걸프전 때문에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던 9년여 전으로 국제유가가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작년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석유판매 수입을 늘리려고 1년 동안 하루 200만배럴 이상 감산하기로 합의한 뒤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배럴당 30달러선을 웃돌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겨울철이어서 미국과 유럽대륙의 난방유 수요가 급증했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아시아 지역 소비도 1997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미국 석유제품 재고는 197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인 2억83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의 추가감산 위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 유엔 제재 때문에 식료품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석유수출만 할 수 있다. 이라크는 석유장비 부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작년말부터 유엔을 졸랐다. 지난달 말에는 몇 개월 내에 수출을 아예 중단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고 14일 다시 10% 추가감산 경고를 했다.

유가가 급등하자 멕시코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들은 감산정책을 재검토하자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는 4월부터 OPEC가 하루 100만배럴을 증산하자는 제의를 할 계획이다. 배럴당 30달러가 계속되면 산유국들은 각자 수입을 극대화하려고 슬그머니 증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3월2일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석유장관 회담과 3월27일 OPEC 각료회의가 유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상기자> 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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