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씨 석방협상 전말]泰정부 「北압박전략」주효

  • 입력 1999년 3월 24일 07시 43분


9일 발생한 홍순경씨 일가 납치사건 해결과 홍씨의 아들 원명씨 석방을 위한 북한과 태국의 협상은 북한 외무성 의전국장 이도섭이 특사로 방콕에 도착한 16일 이후에 본격화됐다.

이도섭은 22일까지 태국 외무부 위라삭 푸트라쿤 동아시아 국장을 상대로 세 차례 협상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측은 사과하고 부인하다가 버티는 방식을 구사했으나 태국측은 원칙에 입각한 강경조치를 차례로 취하면서 북한측을 압박했다.

…17일 1차 협상에서 이도섭은 태국에 공식사과했으나 협상자체는 진전되지 않았다.

추안 리크파이 태국총리는 “북한측이 원명씨를 풀어주지 않으면 납치에 관련된 북한외교관을 추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간지 회견에서 밝혔다. 태국경찰은 납치관련자 가운데 외교관이 아닌 북한인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18일 2차 협상에서도 이도섭은 원명씨 석방에 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태국 외무부는 “양국간 우호관계를 감안해 신속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계속 논의키로 합의했다”고 외교적으로 발표.

태국측은 ‘선(先) 석방, 후(後) 처벌’방침을 밝혔으나 북한측은 석방과 처벌중지를 일괄타결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홍씨 일가의 한국행을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린 피추완 태국 외무장관은 출장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본국에 전화를 걸어 원칙에서 벗어난 협상은 안된다고 지시. 회담후 북한측은 홍씨 일가 납치를 태국 군인들이 저질렀으며 북한은 관련이 없다고 발뺌.

…19일 이도섭은 원명씨를 22일까지 석방토록 노력하겠다고 다짐.

…23일 태국은 북한외교관 6명에 대해 72시간 이내 출국을 명령했고 북한은 원명씨를 석방했다. 태국측은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8시)쯤 원명씨가 석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북한측은 2시간 빨리 석방. 북한측은 외교관계 단절 등 훨씬 강경한 조치를 우려해 원명씨를 석방했다고 태국 외무장관 보좌관 옹 아르트 클람파이분이 분석. 북한외교관 추방은 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온건한 조치라고 태국 외교관은 말했다.

〈권기태기자·방콕외신종합연합〉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