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탄핵안 가결 표정]힐러리 남편지원 동분서주

  • 입력 1998년 12월 20일 19시 59분


미국 언론들은 미 하원이 1백30년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결의안을 채택한 19일(이하 현지시간)을 ‘슬픈 날’이라고 불렀다.

미 하원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토론 및 표결에 들어간 오전 9시15분. 지구 건너편 이라크에서는 미국과 영국군의 4차 이라크 공습이 시작됐다.

이날 충격의 하이라이트는 하원의장 내정자였던 보브 리빙스턴의원의 전격 사퇴발표로 시작됐다.

이틀전 공화당 동료의원들 앞에서 혼외정사 사실을 고백했던 리빙스턴은 여야 만장일치의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단상에 섰다. 기립박수의 의미는 곤경에 빠진 그에 대한 격려의 표시임이 분명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앞으로 상원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혼란속에 지새야 할지 모른다. 이것을 끝장낼 수 있는 사람은 클린턴대통령 자신이다. 어서 사임해 나라를 혼란에서 구해야 한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노(No)” 소리와 함께 야유가 쏟아졌다. 한 여성의원은 “위선자, 당신이나 물러나라”고 외쳤다.

리빙스턴은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마감하면서 “클린턴대통령에게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나부터 사퇴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의원들은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단상을 내려오자 공화당의원들이 잠에서 깨듯 서둘러 일어나 박수를 보냈으나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공화당의 톰 들레이 원내수석부총무가 단상에 나와 울먹이면서 리빙스턴의 ‘영웅적 행동’을 기렸고 민주당의 딕 게파트 원내총무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사퇴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 탄핵표결을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이 차기 하원의장내정자의 불행한 정치인생 중단을 막기 위해 초당적 공감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리빙스턴은 응하지 않았고 오전 10시5분 탄핵안 표결이 시작됐다.

그순간 2백6명의 민주당 의원 전원이 한꺼번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의사당 계단을 내려온 이들은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에 투표에 관한 입장을 밝힌 뒤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투표를 마쳤다. 오후 1시25분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투표결과가 발표됐다.

민주당의원들은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백악관에서 열린 ‘클린턴 대통령 지지결의대회’에 참석했다.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도 이날 하원 본회의 표결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염려한다”면서 위기에 직면한 남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민주당의원들에 둘러싸여 “임기의 마지막 1분1초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한 시간뒤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로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길고 길었던 19일을 마무리하는 마침표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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