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日本경제③]「경제대국」영향력확대 나섰다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04분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축을 형성하는 일본의 경제위기는 결코 일본만의 문제일 수 없다.

대표적인 ‘경제 우등생’이던 일본은 ‘지구촌 단일경제권 시대’에 과연 아시아 위기를 증폭시킬까, 구원할까.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7월 30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이 들어선 뒤 일본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고단위 경기처방’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외환위기를 겪는 아시아국가를 위해 3백억달러의 차관을 내놓겠다는 ‘미야자와 구상’까지 발표했다.

이같은 ‘대담한 정책전환’은 시간이 문제이지 일본경기를 회복시키는 영양제가 될 것이 분명해 전세계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국제금융계에는 ‘저팬 프리미엄’이란 말이 있다. 일본정부가 미국 뉴욕증권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할 때 미국 국채보다 0.2∼0.3%포인트가량 높게 부담해야 하는 금리차를 가리킨다.

일본은 이같은 ‘저팬 프리미엄’의 존재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한다.일본은 미국에 대해 3천억달러의 채권국인데 채권국인 일본이 왜 사실상의 벌금(저팬프리미엄)을 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일본경제가 요즘 흔들린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작년 기준으로 △교역규모 91조엔 △무역흑자 11조4천억엔 △국내총생산 5백5조엔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경제대국이다. 외환보유액은 60개월 연속 세계1위인 2천1백40억달러(10월말 기준)이다.

최근 들어 일본은 헤지펀드(단기적 국제투기자본)의 폐해는 물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제통화기금(IMF)까지도 거세게 공격하고 나섰다. 대(對)IMF공세는 물론 미국에 대한 우회공격이다.

사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일본이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제안하자 아시아금융위기때 매우 유용했을지도 모를 이 구상을 무산시키는 데 노력을 쏟아부었다.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에 반발하듯 요즘 일본의 대외경제정책은 자신의 신용과 영향력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데 집중되고 있다. 엔화경제권 구축과 엔화국제화에 매달리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일본과 아시아권 국가들은 경제측면에서는 문자 그대로 동반자 관계다. 아시아와 일본은 상호 교역과 투자의 40%가량을 의존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와 미국의 교역규모는 아시아 역내 교역의 60%정도에 그친다.특히 90년대 들어 선진국은 선진국끼리, 개도국은 개도국끼리 교역이 늘어나는 ‘동서(東西)교역’의 양상 속에 ‘교역의 블록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아시아의 일본경제권화는 날로 진전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오부치내각의 긴급 경제처방이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지위를 탈환하는 새로운 승부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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