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공적사항]일산화질소 혈관확장 기능 규명

  • 입력 1998년 10월 13일 07시 00분


98년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로버트 퍼치곳, 루이스 이그나로, 페리드 무라드 등 세 명의 약리학자가 없었다면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도 태어날 수 없었다. 비아그라는 일산화질소(NO)가 성기의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가 이뤄진다는 원리에 근거해 만들어진 약.

▼업적〓세 명의 약리학자는 일산화질소가 혈관을 확장하고 혈관내피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며 혈소판의 기능을 막아 피가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는 항(抗)동맥경화물질임을 밝혔다. 그 뒤 이들의 연구에 힘입어 인체 내에서 일산화질소 생성에 장애가 생기면 동맥경화 고혈압 신경계질환 면역체계이상이 올 수 있음도 잇달아 규명됐다.

▼연구과정〓노벨 의학상을 받은 3명의 약리학자는 각각 다른 연구를 하다가 연구결과가 일산화질소로 귀착돼 공동수상하게 됐다. 즉 퍼치곳은 80년 혈관 내피세포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표하고 계속 연구. 이그나로는 퍼치곳이 발표한 혈관 확장물질이 일산화질소라는 것을 86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77년 무라드는 혈관확장제로 쓰이던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거나 주사맞을 때 이것이 체내에서 분해돼 일산화질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80년대 후반부터 일산화질소는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94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의해 ‘올해의 분자’로 선정됐다. 지난 수년간 3만여편의 일산화질소 연구논문이 쏟아지고 ‘일산화질소 학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최근 세계 의학계에서는 일산화질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노벨 의학상이 모처럼 의학계의 ‘성감대’를 건드렸다고 평가. 서울대의대 순환기내과 김효수(金孝洙)교수는 “퍼치곳 등이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빨리 받은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노벨과의 관련성〓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는 니트로글리세린. 노벨은 심장병에 걸렸을 때 의사가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하자 “폭발물이면서도 치료제로 사용돼 참 역설적”이라며 안먹겠다고 고집했다. 1백여년 뒤 그 니트로글리세린이 일산화질소를 방출해 심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힌 세 사람의 의학자가 상을 받게 됐다.

▼국내 연구 및 응용상황〓최근 일산화질소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인하대 중앙대 원광대 경상대 기초의학 교수들은 17일 ‘일산화질소 연구모임’을 발족할 계획. 한편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박원순(朴元淳)교수는 고혈압과 선천성 심장병 등에 의한 호흡곤란 증세로 내원한 소아환자 35명에 대해 ‘일산화질소 투여 치료법’을 시행한 결과 25명이 생존해 종전의 70%에 이르던 사망률을 29%로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고 97년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이성주·이나연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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