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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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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의 고갈에 따라 정부가 사실상 루블화 환율방어를 포기하고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서리가 이날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를 긴급히 만나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는 공황(패닉)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은행 및 기업의 집단도산 및 엄청난 인플레와 ‘국가부도(디폴트)사태’의 가능성도 대두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 정치불안도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마비와 주가 급락〓27일에는 달러당 올해 환율상한선인 9.5루블을 훨씬 넘는 11루블선에 달러매입 주문이 나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결국 달러화와 마르크화 등 모든 외환거래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이에 앞서 러시아중앙은행은 26일에는 외환거래를 중단한 뒤 앞서 체결된 거래를 무효화했다. 일단 거래가 성사돼도 실제 자금결제는 이튿날 한다는 조건을 이용해 급등한 환율을 취소시키는 편법을 쓴 것.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루블화가치는 하루만에 41%나 폭락했다.26일 러시아증시의 주가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투매로 전날보다 8% 떨어졌다.
▼냉담한 외국 채권은행〓외국의 유수은행인 러시아 국채투자자들은 러시아정부가 25일 낸 단기국채 구조조정안에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투자원금(채권액면가)의 80%가량을 손해보게 됐다”며 “러시아는 만기조정 대상도 아닌 장기부채의 이자를 갚지 않아 사실상 디폴트상태”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신용평가기관 피치 IBCA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B’등급에서 ‘CCC’로 낮추고 ‘국가부도(디폴트)선언’가능성을 경고했다.
▼대책부재와 금융위기 악순환〓체르노미르딘 러시아총리서리는 26일 우크라이나에서 미셸 캉드쉬 IMF총재를 만나 내달 지원받기로 한 4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4일 1백51억달러에서 현재 1백30억달러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은행들은 중앙은행에서 받은 루블화 자금을 달러화 매입에 쏟아붓는 ‘루블화 덤핑’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루블화 폭락→은행자산가치 절하→은행부도위기→달러가수요 급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금융관계자들은 “러시아는 달러수급과 환율결정을 정부가 총괄하는 외환관리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희상기자·모스크바APAFP연합〉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