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월드컵 외교」시동…21일 경기 관계개선 기대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월드컵이 적대관계를 허물고 화해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까?”

예선 F조 소속으로 20년간 적대관계가 지속되어온 미국과 이란 대표팀이 21일 프랑스 리옹에서 일전을 벌인다. 이번 경기는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과 이란간에 해빙무드가 일고 있는 시기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란팀은 프랑스의 한 TV가 이란을 비방한 영화 ‘내 딸 없이는’을 방영하자 격렬히 항의하면서 한때 철수 의사까지 내비쳤었다. 1991년에 촬영된 이 영화는 이란인과 결혼한 딸을 데리고 서방으로 탈출하는 미국인 어머니의 실화를 다룬 것이다. 그만큼 외부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관계정상화 타진발언에 이어 빌 클린턴 대통령도 18일 “이란과의 관계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해 적극적인 의사를 비쳤다.

경기를 앞두고 이 소식을 들은 스티브 샘슨 미국 대표팀 코치는 “매우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잘랄 탈레비 이란 대표팀 코치도 “기분 좋은 뉴스”라는 말로 환영 의사를 대신했다.

양국관계는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취한 제재조치가 아직 발효중이고 이란 역시 내부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반미(反美)성향의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2대0으로, 이란은 유고슬라비아에 1대0으로 각각 패해 이번 경기에서 질 경우 예선에 탈락하기 때문. 샘슨과 탈레비는 한때 로스 알토스힐스 풋힐주니어대에서 시기는 다르지만 코치로 일한 적이 있어 상대의 전략을 잘 알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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