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어떻게 될까?]강세불구 앞길 「안개속」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43분


엔화가치의 추락은 멈출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알 수 없다’가 정답이라는 것이 국제 외환시장의 전망이다.

미 일 양국이 17일 전격 실시한 외환시장 협조개입으로 급격한 엔화약세의 ‘일단 멈춤’에는 성공했다.

최근의 엔화 급락은 2차대전 후 최악의 불황과 금융기관의 막대한 불량채권 등 일본경제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하락세를 부추긴 것은 미국의 방관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엔화가치 안정’ 의지가 분명해진 이상 엔화하락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엔화약세 기조가 손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일본은 이제부터 엔화약세를 근원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대책을 스스로 마련해 시행해야 하나 앞길이 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가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약속한 △부실채권문제의 해결에 의한 금융시스템의 안정 △내수주도의 경제성장 실현 △세제 개혁 △시장개방과 규제완화 등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더욱이 7월 하순으로 예정된 하시모토총리의 미국 방문 때까지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시한의 부담’까지 있다.

특히 일본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꺼리고 근검절약으로 일관해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 특유의 초저금리 역시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엔화약세는 일본경제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구조적 대응을 통한 경기회복만이 엔화가치 방어의 근본적인 수단”이라는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진단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협조개입이라는 캠퍼주사로 일단 시름을 덜게 됐지만 전면적인 수술과 체질개선의 숙제는 무겁게 남아 있다.

한 외환전문가는 “미국이 허용해 준 ‘집행유예’기간중 일본정부가 얼마나 과감하게 경제체질을 개혁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것이 미진할 경우 엔화폭락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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