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뉴욕방문]금융인들에 對韓투자 역설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미국방문 이틀째인 8일밤(한국시간) 세계최대의 증권시장을 관리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 ‘한국경제의 도전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김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인 교포 벤처기업가인 ‘유리 시스템스’ 김종훈사장의 성공을 예로 들며 “창조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미국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평가.

그는 “한국기업에 의해 저효율로 운영돼 현재처럼 저평가된 한국의 인적 물적 자원에 미국기업들의 선진경영기법이 접목될 경우 투자가치는 아마 여러분들이 더 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투자효과를 설명.

이날 연설장에는 리처드 그락소 뉴욕증권거래소이사장과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준비은행총재, 리처드 피셔 모건스탠리사사장 등 미국 금융계 유력인사 1백20여명이 참석.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이날 아침 뉴저지 소재 한국음식점 ‘대원’에서 열린 동포리셉션에 참석, 조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교민들의 협조를 당부.평민당 부총재를 지낸 문동환(文東煥)목사 부부의 영접을 받고 교민 5백50여명의 박수 속에 행사장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자신의 예를 들며 “일찍 죽으면 운이 와도 소용 없다. 오래 살아 여러분도 자식들도 모두 성공해야 한다”며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

그는 “대선후 두어달 푹 쉬려고 생각했는데 당선된 다음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중대한 상황이므로 잘해야 한다’고 말해 정신이 버쩍 들었다”며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설명.

그는 그러나 “금융기관과 기업 구조조정을 상당히 빨리 하고 있는데도 ‘섣달 그믐날 시집온 며느리에게 정월초하루날 시집온지 2년이나 됐는데 왜 애가 없느냐’고 다그칠 정도로 한국민들이 조급해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

김대통령의 소개로 단상에 오른 뉴저지주 출신 로버트 톨리첼리 상원의원은 “미국이 양분되려 했을 때 링컨, 경제공황에 처했을 때 루스벨트가 나타났듯이 한국도 나라가 어려울 대 가장 적절한 지도자인 김대통령을 만났다”고 연설.

○…김대통령 내외는 이날 새벽 뉴욕의 성 패트릭 성당에서 존 오코너 추기경이 집전한 미사에 참석, 방미 성공을 기원.

오코너추기경은 “한국에 천주교가 전파될 때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를 당했다”며 한국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김대통령 고난의 정치역정을 비유하며 강론. 그는 특히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金大建)신부의 옥중편지를 인용하고 “김대통령의 정치역정 또한 그에 못지않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소개. 오코너추기경은 주교관에서 김대통령과 20여분간 환담하며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한국에서 군종신부로 근무, 인생의 진로가 바뀌었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

○…이날 밤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미투자포럼에는 메릴 린치, 모건 스탠리 등 주요기관투자가들을 포함, 예상(3백여명)보다 훨씬 많은 5백여명의 미국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

김대통령은 한미투자포럼에 메시지를 보내 “내외국인 동등의 원칙 아래 외국인 투자가의 입장에서 관련제도를 개선,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편한 나라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한국에 대한 투자의 최적기”라고 강조.

〈뉴욕〓임채청기자〉ccl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