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시대 막오른다 上]유럽 榮華 재현「야심찬 실험」

입력 1998-05-01 21:48수정 2009-09-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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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르크화, 프랑스 프랑화 등이 없어지고 유럽국가중 11개국 3억2천만명이 어디서나 똑같은 화폐를 사용한다.’

유럽연합(EU)정상들은 2일 브뤼셀에서 화폐통합을 공식선언한다. 15개 회원국 중 11개 회원국이 내년 1월1일부터 ‘유러화 체제’라는 거대한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 문화 사회구조 언어 전통이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돈을 쓰고 자기나라 돈을 일정 시점부터 없애기로 한 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사건’이다.

EU가 유러로 묶이면 어떻게 될까. 참고가 될만한 경험도 없고 학문적 배경도 마련돼 있지 않다. 화폐통합이 겨냥하는 유럽 단일시장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 미국 달러화에 맞설 기축통화로서의 역할 등이 희망대로 전개될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회의론자들은 화폐통합이 엄청난 ‘도박일뿐’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3억2천만명(불참 4개국 인구 포함)의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경제규모의 단일경제권이 출범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제적 국경을 허물고 단일화폐로 뭉쳐질 유러경제권은 다른 경제공동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강제적 응집력을 갖는다.

유러경제권은 강력한 경제력때문에 세계 및 개별국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건 기업이건 국가건 이 파장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유럽국가들이 하나의 화폐만 쓰기로 한 것은 경제통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럽의 트러블 메이커였던 강대국 독일이 유럽의 한 멤버로 확실히 닻을 내린다는 정치적 외교적 의미 또한 크다. 세계적으로는 공산권 붕괴 이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흐름속에 유럽의 독자성을 되찾으려는 몸짓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화폐통합의 정치적 의미를 중히 여기는 프랑스는 유러체제를 통해 냉전체제에 이어 유럽을 다시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의 양대 축으로 부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유럽합중국을 지향하는 EU의 정치통합은 유러화 체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유러화 체제가 성공하면 영국 등 나머지 4개 회원국은 물론 EU가입을 갈망하는 중유럽과 동유럽국가들의 합류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찬란한 희망’ 스타트라인에 선 EU 회원국들의 앞에 나타난 목표물이다.

〈브뤼셀〓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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