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슬로에서 대인지뢰 금지를 위한 국제협약 최종안이 채택됨으로써 「눈없는 무기」 지뢰를 추방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최대 이해당사국인 미국이 「한반도 예외 인정」 조항의 관철이 수포로 돌아가자 협약의 서명을 거부한데다 중국과 러시아가 협상에 불참, 시작부터 「절반의 실패」가 예상되고 있다.
이날 세계 98개국이 합의한 최종안의 내용은 △대인지뢰는 자체적으로 혹은 사람이 건드렸거나 가까이 갔을 때 폭발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1명 이상을 불구로 만들거나 살상할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하며 △협약서명국은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종류의 대인지뢰도 사용할 수 없으며 개발 생산 습득 비축 보유 및 타국에 이전해서도 안된다는 등 22개항으로 되어 있다.
협약안은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 추방을 위한 현재까지의 국제사회의 노력중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군사 강대국들의 불참으로 그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협약의 서명을 거부한 것은 무엇보다 한반도 비무장지대에서의 지뢰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현재 해외 주둔 미군을 지켜주는 주요 지뢰밭은 한반도와 이라크―쿠웨이트 접경지대. 특히 한반도의 경우 북한의 남침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지뢰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은 물론 3만7천여명에 이르는 미군과 한국군의 안전을 확보해주는 방어막인 셈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날 『북한이 침략할 경우 남침속도를 늦추고 방어태세를 재편성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군의 수적인 우세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더구나 현재 한반도에는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약 1백만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으나 미국은 한반도의 지뢰는 전쟁 억지력이 크고 민간인 피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들어 한반도 지뢰 사용을 예외로 할 것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대인지뢰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한반도의 「지뢰 추방」 노력은 당분간 보류될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의 경우 2006년까지 잠정 유예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대인지뢰는 내전을 경험했던 국가를 중심으로 전세계 60여개국에 1억1천만개가 깔려있으며 지뢰를 건드려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만도 매년 2만6천여명에 이른다.
〈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