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83년 KAL機피격 舊蘇 조종사 오시포비치

  • 입력 1997년 8월 31일 20시 06분


1일로 대한항공 보잉747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공군기에 의해 격추된지 14년이 된다. 국내 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한 장본인인 구소련군 조종사(극동관구 방공군 소속) 겐나디 오시포비치(53)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들었다. 오시포비치는 『민간기가 아니라는 확신에 따라 지상의 명령에 따라 대한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말했다. 흑해 연안 타간로크에 살고 있는 그와의 전화 인터뷰는 수차례 시도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유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명랑한 투로)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찾아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과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죄책감은 느끼지 않는다』 ―2백69명이나 되는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는데도…. 『군인으로서 영공에 침범한 물체를 격추시키라는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격당시 민간기인줄 알았나. 『몰랐다. 지상귀환후 결과를 조사하던 통제소(방공군 사령부)측에서 통보해줘 알았다』 ―몇년전 한 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피격 비행기가 민간기만 켜는 충돌방지등을 밝히고 있었다고 했는데…. 『물론 충돌방지등이 켜져 있는 것을 봤다. 그러나 충돌방지등은 민간기뿐 아니라 수송기를 비롯한 다른 군용기도 밝힌다. 따라서 전투기가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민간기였음을 알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지상 사령부에서는 민간기인줄 알았다는 얘기인가. 『지상에서 확인해줄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레이더에는 점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따라서 목표물과 가까이 있던 내가 오히려 지상에 알려줘야 한다. 나는 민간기가 아니었다는 확신이 섰고 이 판단에 따라 지상의 격추명령을 받아 행동에 옮겼다』 ―격추과정은 어땠나. 『예광탄이 없었기 때문에 철갑탄으로 경고 사격을 한뒤 곧바로 요격용 미사일 2발을 발사, 명중시켰다. 그리고 작전은 끝났다』 오시포비치는 26년간 공군에서 복무한뒤 89년 중령으로 예편했으며 지금은 부인과 함께 야채 딸기 수박 등을 재배하며 월 1백달러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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