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한일) 양국 외무장관이 28일 회담에서 어업분쟁 해결을 위한 타협안에 합의한 것은 일단 파국을 막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양국간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가 일본에 「큰 것을 넘겨주고 작은 것 여러개를 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양국은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였던 어업협정 개정문제와 관련, 그동안 중단한 어업협상을 내달 10일경 재개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장기간의 협상이 필요한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획정에 앞서 잠정적인 어업협정을 맺자는 일본측 입장을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EEZ 경계획정과 어업협정 동시타결」을 내세워왔던 정부가 「선(先)어업협정 개정 수용」쪽으로 한발 물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업협정 조기개정을 위해 한국어선 연쇄나포와 「어업협정 파기협박」이라는 카드까지 동원한 일본측의 의도가 어느정도 관철된 셈이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직선기선영해 △한국어선 나포사건 △한국선원 구타사건 문제 등 다른 현안에 있어서는 일본측의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과 관련,양국 정부 전문가들간 협의회의를 열어 타당성을 검토키로 한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그동안 직선기선은 「주권적 권리이며 국제적 규칙으로 협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해 6월 영해법 개정을 통해 설정한 직선기선은 1백65개이며 정부는 이중 11개의 직선기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양국간 협의가 얼마나 실효성을 지닐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양국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한국선원 폭행사건에 대해 양국이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한 것도 나름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이 사건이 「법의 정당한 집행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며 조사 자체를 거부했었다.
그러나 한국측이 요구해 온 일본정부의 사과는 관철되지 않았다. 일본측은 다만 「어선나포 과정에서 생긴 일은 유감」이라는 두루뭉실한 표현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국가관계에서 사과를 받아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콸라룸푸르〓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