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취재 현장르포]총성 멎었지만 『또 언제…』불안

  • 입력 1997년 7월 8일 20시 11분


내전 나흘째인 8일 프놈펜시 노로돔가 등 중심가. 밤새들리던 총성과 포성은 멎었다. 그러나 시내 곳곳은 지난 사흘간의 격렬한 내전의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어느쪽 병력이 사용하던 것인지 알수 없는 불에 그을린 장갑차가 길거리에 방치돼 있어 치열한 전투가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건물 곳곳의 창문이 총탄에 부서져 건물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으며 벽에도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슈퍼마켓 등 가게 앞에는 약탈과정에서 쏟아진 것인듯 물건들이 흩어진채 발에 밟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총격은 멎었지만 포연과 화약냄새가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인터콘티넨털 호텔 등은 수백명의 무장 사설 경호원을 배치, 투숙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지난 5일부터 사흘간 라나리드 1총리측과 훈 센 2총리측 군인들이 벌인 내전은 프놈펜시에서는 훈 센 제2총리측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대세를 장악해 시내가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다. 7일 오후까지도 시민들이 시내를 빠져나가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으나 이날부터는 시외곽으로부터 하나 둘씩 돌아와 흩어진 가재도구들을 챙기고 있다. 문을 닫았던 가게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평온과는 달리 아직 시내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이 감돌고 있다. 특히 시민들은 CPP소속 병사들의 무자비한 약탈이 계속될까봐 초조해 하면서 치를 떠는 모습이었다. CPP측 병사들은 내전 기간에 자신들이 무력으로 진압한 지역에서 닥치는대로 시민들의 재산을 약탈했다. 생활용품 가게의 물건을 털고 길거리나 집앞에 세워 놓은 승용차는 물론 외국 여행사의 관광버스도 끌고 갔으며 공장에 쌓아놓은 물건들도 마구 싣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심지어 포첸통 국제공항도 털었다. 프놈펜 주재 한국대표부 朴敬泰(박경태)대사는 『3백여명에 달하는 교민들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한 교민이 운영하는 중고 오토바이가게가 CPP측 군인들에 의해 약탈당했다』고 말했다. 프놈펜 시민들은 지방도시에서 군사적 충돌이 재연돼 다시 프놈펜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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