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11월 선거이전 2년동안에 5백77명, 첫 임기를 통틀어 약 9백명의 손님을 초청해 백악관 침실에서 묵고 가게 했으며 이중 상당수는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로 밝혀져 백악관이 모금운동을 위한 숙박시설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紙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 기록과 관련자 인터뷰를 근거로 지난 95년과 96년 사이에 5백77명의 손님이 백악관 침실에서 묵고 간 사실을 밝혀냈으며 숙박손님들이 낸 기부금총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원이 밝혀진 73쌍중 최소한 27쌍이 지난 92년과 96년 선거운동기간중 3백만달러 이상을 헌금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에서 잠을 자고 간 손님들은 대부분 대통령 부부의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이었지만 상당수는 민주당전국위원회가 백악관에 제출한 기부자 명단에서 선정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클린턴 집권중 백악관에서 손님으로 자고 간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 시절의 숙박손님에 비하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백악관의 행정 관리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공화당의 데이비드 매킨토시 의원은 "그들은 백악관의 링컨침실을 기부자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내놓은 것같다"면서 백악관측이 침실사용에 관한 자세한 내용공개를 거부하는데 좌절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거자금을 감시하는 민간단체 `공직자의 청렴성을 위한 시민들'(CPI)의 찰스 루이스 사무국장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을 정치자금 기부자들을 위한 호텔처럼 사용했다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정치기금 헌금자들과 기금모금 관련자들에게 백악관 숙박이 자부심을 높여주었을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헌금자들의 숙박을 시인하고 "대통령은 이들을 私的인 손님으로 생각했고 이들의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했으며 특별한 방법으로 감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와 방 하나를 사이에 둔 링컨 침실과 그 맞은편의 여왕침실 등 두 개의 방중 하나에 묵고 간 손님들 중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컴퓨터 재벌 류 바서만이 30만달러와 33만5천달러를 각각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링컨 대통령이 집무실로 사용했고 노예해방선언문 등 유서깊은 물건들이 가득찬 빅토리아풍의 이 침실은 재클린 케네디가 실내장식을 일일이 감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많은 손님들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잤던 화려한 침대에 누운 채 분위기에 압도된 나머지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의 모금운동방법은 현재 의회와 법무부의 조사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