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재수첩]러시아 거세지는 「NATO 반감」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17분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유럽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양보를 촉구할수록 러시아의 여론은 오히려 강경해지고 있다. 공산당과 민족주의자들이 반대여론의 핵심에 있으며 국가두마(하원)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지난주 「NATO확대 반대협의회」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러시아가 NATO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국가안보상 러시아 국경까지 유럽동맹군이 배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데다 구소련권 및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NATO를 주도하면서 러시아를 계속 「가상의 적」으로 설정,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미국에 대한 반발도 깔려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냉전종식과 바르샤바조약기구(WTO)도 해체된 마당에 이에 대항하기 위해 태어났던 NATO는 사라지거나 최소한 역할축소 내지 기능재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아브데에프 외무차관은 지난달 3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NATO는 70년대 이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NATO 확대는 우리에게 20년전으로 되돌아 갈 것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기감축 등 군사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NA TO 대신 유럽안보회의(OSCE)와 같은 협의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정부가 동유럽의 NATO가입을 묵인하는 대가로 미국 및 유럽국가들로부터 상당 규모의 경제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이들 국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적어도7월의마드리드 NATO회의 이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와 NATO간 타협점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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