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수출실태]『제3세계는 선진국 쓰레기장』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4분


[李奇雨 기자] 미국 유럽 등 선진 산업국가들이 매년 수백만, 수천만t에 달하는 산업폐기물을 아프리카 남미 등 제삼세계에 수출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 국가는 지난89년 유해폐기물의 국제간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바젤협약이 체결된 뒤에도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줄기차게 「공해 수출」을 계속해왔다. 이들은 특히 자국내에서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처리비용이 높아지자 폐기물 수출시장을 구 동구권국가와 아시아지역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동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대부분의 산업폐기물들은 주로 구 동독지역을 거쳐 밀반입되고 있다. 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92년 자신들이 수집한 독성 폐기물의 동―서유럽간 거래사례 2백여건 가운데 독일에서 폴란드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도 같은해 서유럽의 불법폐기물 반출만 1천3백32건을 적발한 바 있다. 최근 폴란드가 폐기물 수입규제 정책을 엄격히 실시하면서 산업폐기물의 수출선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구권과 구소연방 국가들로 차츰 옮겨가고 있다. 아시아 역시 서방선진국들의 유독성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94년 그린피스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및 호주가 90∼93년 사이 이 지역에 버린 유해 산업폐기물의 양이 5백40만t에 달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선진국들의 대(對)아프리카 폐기물 수출은 이골이 났다. 특히 바젤협약이 체결되기전인 86∼88년에 천문학적인 물량의 쓰레기 거래를 둘러싸고 국제여론이 비등했었다. 기니바소 정부는 지난 89년 미국과 유럽의 유독폐기물 1천5백만t을 6억달러에 사들인다는 아프리카 최대의 공해수입 계약을 했다가 파기한 바 있다. 같은해 나이지리아에서는 10개 유럽회사가 방사능물질이 함유된 산업폐기물을 「건설용 화학제품」으로 속여 수입, 무단 투기하기도 했다. 콩고 베냉 지부티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정부 관료 등 실력자가 외국기업과 「짜고」 수백만t을 들여왔다 물의를 빚었다. 경제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 역시 미국 등지에서 무분별하게 반입되고 있는 유해 산업폐기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이들 폐기물 수출의 주범은 단연 미국으로 연간 1억7천만t에 달하는 산업쓰레기 가운데 상당량을 중남미 지역으로 빼돌리고 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이에대해 『산업폐기물의 타국 이전은 「님비」현상이 국가단위로 확대된 것』이라며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버린 쓰레기가 결국 자신들의 「밥상」에 올라올 수 있다는 부메랑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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