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喜相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시의 인구가 급기야 1933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 행정부의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워싱턴시 인구는 현재 54만3천여명. 90년의 60만7천여명과 비교해도 감소추세가 확연하다. 지난해 로드 아일랜드주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 인구가 증가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현재 인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대통령이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정부기관을 대거 시 외부로 이전시켜 인구분산을 꾀했을 당시와 맞먹는다.
문제는 수십년간 계속돼 온 「백인들의 워싱턴 뜨기」와는 성격이 달라졌다는데 있다. 이제 「워싱턴 탈출 러시」는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중산층에 파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5년부터 90년사이 워싱턴을 뜬 사람 가운데 55%가 백인이었고 44%는 흑인이었다.
이들은 왜 워싱턴을 뜨는 것일까. 매리온 배리 워싱턴시장은 『허구한 날 경찰 사이렌소리며 총격소리가 끊이질 않고 범죄가 빈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공립학교 교육환경이 형편없는 등 아이키우기에 적당하지 않은 도시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업자나 인구통계학자 및 정치인들의 공통인식인 것같다.
연방정부 컴퓨터분석사인 데이비드 키팅도 워싱턴에서 벗어난 사람 중 하나. 그는 『워싱턴의 각종 기념탑 박물관 간이식당은 물론 조깅코스까지 좋지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선 썩 내키지 않는 곳』이라며 『사립학교에 보낼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낼 만한 곳이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백악관도 나몰라라 할 수만은 없는 일. 시민에게 도로 및 교량보수는 물론 법원 및 교도소 운영을 돕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할테니 「같이 살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별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