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19와 독감 감염이 폐의 면역 환경을 변화시켜 이후 폐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백신 접종은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VA) 의대와 UVA 종합암센터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Cell’ 온라인 판에 11일(현지시각) 게재됐다.
연구진은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이 폐의 면역세포를 ‘재프로그램(reprogrammed)’해 수개월, 심지어 수년 뒤 암 종양이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중증 코로나19·독감·폐렴에서 회복한 환자들을 더 자세히 추적 관찰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UVA 의대 지에 쑨(Jie Sun) 교수는 “심한 코로나19나 독감은 폐를 장기간 ‘염증이 있는 상태’로 만들어 이후 암세포가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희망적인 점도 있다. 쑨 교수는 “다행스러운 점은 백신 접종이 이러한 암 촉진성 폐 변화를 상당 부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은 폐 손상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손상이 장기적인 암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껏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동물실험과 실제 인간 환자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그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심각한 폐 감염을 겪은 생쥐는 이후 폐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았고, 종양 성장 속도도 빨랐다. 그 결과 폐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크게 증가했다.
인간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과거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증 코로나19를 겪은 사람은 이후 4년 동안 폐암 진단율이 약 24% 높았다. 이 결과는 흡연 여부나 다른 동반 질환이 있든 없든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Epic Cosmos’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됐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중증 코로나19로 입원한 약 90만 명과 수천만 명의 대조군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중증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경험자는 흡연 이력이 있는 폐암 고위험군 환자와 비슷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랜 흡연 이력으로 폐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 한다.
연구진은 생쥐실험을 통해 폐암 위험 증가의 원인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학술지 ‘Cell’ 에서 발췌.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은 폐를 보호하는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s)와 대식세포(macrophages) 같은 면역세포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일부 호중구는 염증이 지속되는 ‘종양 친화적(pro-tumor)’ 면역 환경을 형성해 암 성장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폐를 덮고 있는 상피세포와 공기주머니(폐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발견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전에 백신을 맞으면 이런 암 촉진성 폐 변화가 예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신은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감염과 싸우도록 돕고, 그 결과 질병의 중증도를 낮춘다.
연구진은 또 암 위험 증가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나타났으며 경증 환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경증 감염 환자에게서는 폐암 위험이 약간 감소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코로나19 이후 장기적인 폐 합병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진료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 등 폐암 위험이 큰 환자는 중증 바이러스성 폐렴에서 회복한 후 폐암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신을 통해 중증 감염을 예방하면 장기적으로 폐암 위험 증가 가능성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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