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허리 통증의 한 원인으로 알려진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으며, 적어도 척추건강 측면에서는 전자담배 역시 안전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권지원 교수는 세브란스 병원 신재원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연소형 담배와 전자담배 사용이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20세 이상 약 326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건강검진을 받은 연구 대상자들을 약 3.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흡연 형태에 따라 △비흡연군 △연소형 담배군 △궐련형 전자담배군 △액상형 전자담배군으로 세분화해 분석했다. 또한 척추 디스크 환자는 단순 진료 기록이 아니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M50 등)으로 두 번 이상 외래 진료를 받거나 입원한 경우로 정의해 연구의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 결과 모든 흡연군에서 비흡연자보다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비흡연자의 위험을 1로 놓았을 때 조정 위험비는 △연소형 담배 1.174 △액상형 전자담배 1.153 △궐련형 전자담배 1.132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병행 사용 1.174로 나타났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디스크 위험이 증가하는 ‘용량 반응 관계’를 보였다. 매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경우 비흡연자보다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약 42%(1.42배) 높았다.
연소형 담배를 계속 피운 집단과 비교하면,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집단의 디스크 질환 위험은 약 11% 낮았지만,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위험(1.092배)을 유지했다.
반면 연소형 담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꾼 집단은 연소형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운 흡연자와 위험이 거의 비슷(1.01배)했으며,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더 높은 위험도(1.339배)를 보였다.
이 같은 경향은 경추(목)와 흉·요추(등·허리) 디스크 질환 모두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은 과거 흡연 이력이 있는 경우 전자담배로 바꾸더라도 디스크 질환 위험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흡연에 따른 척추 디스크 손상 위험이 장기간 누적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선 기전 자체를 직접 규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흡연이 척추 디스크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니코틴에 의한 혈관 수축과 디스크로 가는 영양 공급 저하 둘째, 니코틴의 직접적인 디스크 세포 손상 셋째,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증가시켜 디스크 퇴행 촉진 넷째, 디스크 조직 재생 능력 저하다.
특히 리뷰 논문과 실험 연구에서는 니코틴이 디스크 주변 혈류를 감소시키고, 디스크 세포의 증식과 당사슬·기질 합성을 떨어뜨려 퇴행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권지원 교수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통념을 척추 질환 관점에서 재평가한 전국 단위 최초 코호트 연구”라며 “이번 연구는 향후 전자담배 규제 정책과 금연 전략, 임상 현장에서의 환자 교육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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