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담배=1군 발암 물질…햄·소시지, 흡연만큼 위험?[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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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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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가공육을 담배와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공육을 먹는 것이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위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과학적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이자 바르셀로나 클리닉 병원 내분비·영양학과 소속 호안 트라발(Joan Trabal) 교수는 “가공육과 담배가 같은 분류에 들어갔다고 해서 위험 수준이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라발 교수는 최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혼란이 생긴 이유는 ‘위해(hazard)’와 ‘위험(risk)’이라는 두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해는 어떤 물질이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지를 뜻한다.
위험은 실제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 지, 또 인구집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뜻한다.

IARC의 1군 분류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지, 위험의 정도가 담배와 같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공중보건 영향은 크게 다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은 연간 약 3만 4000건의 암 사망과 관련 있다. 흡연 관련 암 사망 약 100만 건, 음주 관련 암 사망 약 60만 건과 비교해 크지 않다.

트라발 교수는 “가공육을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가공육이 대장암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도 봐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50g의 가공육을 섭취하면 대장암 상대 위험이 18% 증가한다.
50g은 대략 햄 2~3장, 소시지 1개 분량이다.

이 수치를 실제 위험으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평생 100명 중 5명이 대장암에 걸리는 집단이라면, 가공육 섭취로 인해 그 수가 약 6명 정도로 늘어나는 정도다.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극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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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육은 단순히 공장에서 화학 첨가물을 넣어 만든 것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염장, 염지, 훈제, 발효, 통조림 등으로 맛을 내거나 보존성을 높인 모든 육류를 가공육으로 본다. 햄, 베이컨, 소시지, 살라미, 델리 미트(슬라이스 햄). 육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공육은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막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가공 과정에서 각종 첨가물을 추가한다. 그중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고온에서 조리할 때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 가능 물질 생성에 관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 안전한 가공육 섭취량은 없다”며 “먹는 양과 빈도가 높을수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가공육을 먹더라도 섭취 빈도와 양을 줄이고, 직화구이나 강한 불보다는 비교적 낮은 온도로 조리하며, 채소·과일·콩류 등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의 일부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예를 들어 햄샌드위치만 먹는 것보다 채소 샐러드에 햄을 소량 넣어서 먹는 것이 낫다.

트라발 교수는 “위험도는 전반적인 식단, 섭취 빈도, 그리고 일반적인 생활 습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현재 과학계에서는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이 장기적인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데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져 있다”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가공육은 발암 가능성이 확인된 식품이다. 하지만 담배와 같은 수준의 위험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려가 아니라 관리다. 섭취 빈도와 양을 줄이고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 속에서 가끔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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