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이현민 슈퍼바이저 “지금 넘어 다음 세대까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9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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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의 주인공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 10여 년간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그는 “애니메이터는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이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겨울왕국2‘의 주인공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 10여 년간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그는 “애니메이터는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이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애니메이터는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명가 월트디즈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가운데 한 명인 이현민(38) 슈퍼바이저는 자신의 일을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이라고 칭했다. 상상력으로 만든 이야기와 캐릭터에 생명을 넣어 전 세계 관객과 소통하는 일. 어린이 관객은 물론 성인에게도 꿈을 불어넣고 영감을 주는 일. 그는 그 일의 가치를 ‘겨울왕국2’를 통해 이루고 있다.

11월21일 개봉한 ‘겨울왕국2’가 7일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8일에는 1편의 기록(1029만 명)까지 넘어 누적 1069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성적이자, 시리즈 영화로는 ‘어벤져스’ 2~4편과 ‘신과함께’ 1~2편에 이어 세 번째의 탄생한 기록이다.

‘겨울왕국2’ 개봉 직후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과 내한해 작품을 직접 소개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그는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자매 가운데 동생인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책임자다. 1편에서는 애니메이터로 참여했고, 2편에서 역할을 키워 안나 캐릭터를 지휘하는 슈퍼바이저의 책임을 맡았다.

영화 ‘겨울왕국2’의 안나(왼쪽)와 올라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겨울왕국2’의 안나(왼쪽)와 올라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스무 살 때 미국 유학…10년간 디즈니서 애니메이터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마치 ‘겨울왕국’ 속 안나처럼 용기있는 도전을 거듭해 지금의 자리에 앉은 주인공이다. 국내서 천문학을 전공하던 그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싶어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기 무섭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다시 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하고 2007년 월트디즈니의 인턴쉽에 참여해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그 인연으로 정식 채용돼 10년 넘도록 몸담고 있다.

“‘겨울왕국’ 1편 때는 애니메이터로 참여했어요. 디즈니는 매 작품마다 슈퍼바이저를 새롭게 뽑아요. 그 작품과 맞는 사람으로 선정해 팀을 구성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여러 부서들이 모여 엄청난 협업을 통해 작업을 이뤄가요. 안나로 뭉친 애니메이터들은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안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몸동작을 하는지 하나하나 구상하죠. 캐릭터의 습관, 걸음걸이까지 전부요.”

‘겨울왕국2’에는 80~90여 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했다. 표정, 행동, 습관, 성향 등으로 세분화해 캐릭터를 구축하고, 1차로 작업한 장면을 감독들과 슈퍼바이저들이 모여 검토한 뒤 다시 의견을 나누면서 수정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감정을 구축하고 표정 하나까지 세밀하게 구상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캐릭터가 통일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휘하는 역할은 이현민 슈퍼버이저의 몫이었다.

2014년 개봉한 1편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과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출발한 ‘겨울왕국2’ 제작진은 이현민 씨에게 왜 슈퍼바이저라는 책임을 맡겼을까. 질문을 받자, 그는 웃음부터 터트렸다.

영화 ‘겨울왕국2’의 안나(왼쪽)와 올라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겨울왕국2’의 안나(왼쪽)와 올라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감사한 일이죠. 하하! ‘겨울왕국2’에는 각 캐릭터를 맡은 여섯 명의 슈퍼바이저가 있어요. 애니메이터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거쳐 정해집니다. 저는 1편에서 안나 캐릭터의 애니메이터였고, 그걸 좋은 쪽에서 평가받은 것 같아요. 제가 늘 뛰어다니고 웃는 성격인데 그걸 재미있게 봐 준 것도 있고요. 물론 ‘겨울왕국2’를 끝내면 다시 애니메이터의 자리로 돌아가요.”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그 또래 누구나 그렇듯 어릴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다. 다만 보고 즐기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미술을 배워 동화를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품었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직장이 홍콩으로 발령 나 가족과 몇 년간 홍콩에 거주했을 때는 엄마가 직접 국내서는 접하지 못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구해 보여주기도 했다.

꿈을 키우도록 적극적으로 이끈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어머니다. 고등학교 때 먼저 하늘로 떠난 엄마는 늘 딸에게 원하는 꿈을 실현하라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저의 시작부터 가장 깊은 곳에 각인된 분이잖아요. 사실 우리 모두에게 그렇죠. 제가 고등학생 때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항상 제 옆에 계신 것 같고,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어디에 있든 엄마가 돌봐주는 느낌이죠. 언니와도 각별해요. 엄마가 서로에게 남겨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겨울왕국2‘의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음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겨울왕국2‘의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음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다음 세대도 한결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디즈니에서 처음 작업한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이다. 이후 ‘주먹왕 랄프’ 등을 거치면서 10년간 실력을 닦아 ‘겨울왕국’ 1편에 이어 2편의 탄생에 기여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구축한 그는 “매일 꿈꾸는 것처럼 지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디즈니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뒤로 “늘 새로운 장면, 새로운 작업을 해야 했기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도 말했다.

“디즈니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 어릴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이 있어요. 애정을 갖고 일한다는 건 엄청난 자부심이죠. 지금 당장 재미있는 작품보다,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도, 한결같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해요.”

애니메이션은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키워드로 집약된다.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다음 세대”까지 염두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야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게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디즈니처럼 넓은 무대를 원하는 이들에게 건넬 말은 없을까. 그는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디즈니에서는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따로 있어요. 각자 디즈니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거죠. 전부 달라요. ‘겨울왕국’ 애니메이터 중 한 명은 배관공을 하다가 혼자 공부해 작업에 참여하게 됐죠. 또 다른 사람은 낮엔 웨이트리스를, 밤엔 온라인으로 공부해서 오기도 하고요. 어떤 길로 시작하든, 그 시작이 빠르든 느리든, 걱정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면 재능을 표현할 길은 많이 열릴 거예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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