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다보니 늦깎이 데뷔 했죠”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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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대 웃어요’ 이민정
대학로서 기초 닦아… 24살 첫 방송
‘꽃남’ 구준표 약혼녀로 본격 유명세
“다음 작품엔 진지한 역 맡고싶어요”

SBS ‘그대 웃어요’의 주연 여배우 이민정(27)은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신예다. 그는 올해 초 KBS2 ‘꽃보다 남자’에서 극중 구준표의 약혼녀로 출연해 도도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휴대전화 청바지 화장품 광고에 잇달아 출연했다.

‘그대 웃어요’는 건설 회사를 경영하던 부잣집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운전사 집에 얹혀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 이민정은 극중 철없는 부잣집 막내딸 서정인으로 나온다. 처음 주연을 맡은 그는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어깨가 10t 트럭을 얹은 것처럼 무겁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8일 서울 마포구 촬영현장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어깨가 좀 가벼워졌냐고요? 아니요, 갈수록 더 무거워져요. 부잣집과 서민 집안의 이질적 캐릭터들이 부딪치고 변해가면서 재미를 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흐름을 잘 타야 하는 부담감이 크고….”

‘그대 웃어요’는 11일 시청률 13.5%(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연기에 대해 “스스로에게 혹독한 편이라 몸이 많이 고생했다는 것으로 10점밖에 못 주겠다”고 말했다.

“연기 욕심이 과해서 위에 탈이 나기도 해요. 어제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최불암 선생님이 ‘40년을 연기해도 연기가 얼마나 사람을 긴장시키는지 아느냐’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의 40년 연기 인생의 고민을 가늠하면서 위로가 됐어요.”

이민정은 대학 시절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연기 기초를 닦아왔다. 데뷔작은 2006년 MBC ‘있을 때 잘해’. 24세 때다. 10대 데뷔가 예사로운 방송계에서 이민정 앞에는 ‘데뷔가 늦은 배우’ ‘늦둥이 스타’ 수식어가 붙는다.

“원래 연출을 배우려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죠. 1학년 때 연극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연극을 하다 보니 영화배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소속사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웃음) 다른 사람보다 데뷔가 5년은 늦어졌네요.”

그는 “연극은 한 달 넘게 같은 대사만 연습하다가 무대에 오르면 두 시간 동안 퇴장이 없는 ‘배우 예술’이어서 아직도 너무 하고 싶고 애착도 많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 드라마 주연을 맡은 그에게 일찍 데뷔해 더 젊었을 때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는지 물었다.

“지금이 그렇게 늙었나요?(웃음) 어리면 어린 대로 매력이 있겠지만 여자 냄새는 안 났을 거 같아요. 제가 워낙 볼살이 많아서, 지금 많이 빠진 건데도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꽃보다 남자’가 끝난 뒤 그는 영화 ‘백야행’(감독 박신우·11월 개봉) 촬영에 이어 이번 드라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대기업 비서실장 이시영을 맡았다.

“몇 작품 안 했기 때문에 아직도 보여줄 게 많아요. 다음 작품도 벌써부터 욕심이 나요. 지금까지 방방 뛰는 역할을 맡았다면, 다음에는 ‘앗, 이민정이 저런 역할을?’이라고 시청자가 놀랄 ‘안으로 담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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