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스타워즈’… 정체성 모호한 프리퀄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원작과 닮은 점을 찾기 힘든 영화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원작과 닮은 점을 찾기 힘든 영화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5월 7일 개봉 ‘스타트렉:더 비기닝’

프리퀄(prequel·시기적으로 앞선 얘기를 다루는 속편)의 가능성은 두 가지다. 풍성한 확장이 되거나, 안이한 우려먹기가 되거나. 5월 7일 개봉하는 ‘스타 트렉: 더 비기닝’(12세 이상 관람가)은 그 둘 사이를 위태롭게 표류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1966년 미국 NBC TV에서 방영한 첫 번째 스타 트렉 시리즈와 같다. 용맹스러운 커크 선장과 천재 과학자 스포크 부선장. 출연하는 첫 모습이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라는 점이 다르다.

이 속편의 의도는 뚜렷하다. 5개의 TV 시리즈와 11편의 영화를 만들게 한 원조 주인공들을 젊은 모습으로 다시 불러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게 만드는 것. 제프리 에이브럼스 감독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노인 스포크와 젊은 스포크를 만나게 했다. 전혀 다른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를 쓰는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다시 출항한 ‘엔터프라이즈호’는 엉거주춤 어색한 모습으로 우주를 방황한다. 스스로 원조 스타 트렉 팬이 아니라고 밝힌 에이브럼스 감독이 스타 트렉 위에 ‘스타워즈’를 얹어 정체불명의 짬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젊은 커크는 위대한 우주선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얼을 이어 엔터프라이즈호에 승선한다. 피에 흐르는 영웅의 혼을 따라 우주로 나갔던 스타워즈의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행성 사이를 오가는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공간이동)’와 전투 장면도 스타 트렉보다 스타워즈를 닮았다. 영화 중반 커크는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에 버려져 괴물의 공격을 받다가 구출된다. 29년 전 ‘제국의 역습’ 초반에서 루크도 같은 일을 겪은 바 있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은 조지 루커스가 고집 부려 만든 스타워즈 프리퀄처럼 엉망은 아니다. 거듭되는 우연으로 이어가는 스토리에 크게 마음 두지 않는다면 화려한 볼거리는 즐길 만하다. 하지만 에이브럼스 감독의 다음 속편을 보고 싶어 할 트레키(Trekkie·스타 트렉의 열혈 팬)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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