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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9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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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KBS는 ‘장희빈’(수목 오후 9·55)에 대해 과거 요부(妖婦)의 이미지보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21세기형 장희빈’으로 차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라마 초반 ‘흥행’을 위한 여주인공의 가슴선 노출이 많아 이같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우선 20일 방영되는 5회부터 7회까지 장옥정(김혜수)의 목욕 장면이 연속해서 나오고, 6회에는 궁녀 장옥정과 시영간의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도 방영된다. 이것은 SBS ‘여인천하’가 초반 시청률을 위해 강수연이 얼음물에 속옷 차림으로 들어가고, 목욕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내보냈던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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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에는 숙종(전광렬)과 장옥정의 첫날밤 키스신과 혼욕 장면, 용종(왕자)을 생산하기 위한 비장의 ‘방중술’을 연마하는 장면도 전파를 탄다. 입술로 홍시 핥기, 무릎으로 팥알 줍기, 배꼽위로 얼음물 받기 등 야사(野史)로 전해지는 방중술 비법이 묘사된다.
김혜수는 ‘장희빈 배역’에 대한 대단한 애착으로 새벽까지 촬영되는 노출 연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설문조사결과 ‘최고의 요부’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로는 선정되기도 했다.
KBS측은 사전심의를 통해 일부 방영분은 ‘19세 등급’으로 방송하며, 주말 낮 재방송 때에는 이 장면이 삭제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장희빈이 에로사극이냐’ ‘숙종이 장희빈을 간택하는 이유를 너무 성적으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그동안 사극에서 외면했던 ‘궁중 생활사’에 대한 재현과 복원이라고 해명했다.
“기존 궁중 사극들이 당쟁의 치열한 암투만 보여주었지 ‘궁중 생활사’를 보여준 적은 없다. 왕의 수랏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왕은 어떻게 목욕을 하는지에 대해선 다룬 적이 없다. 궁녀들의 ‘방중술’ 연마나 ‘동성애’ 장면도 마찬가지다. 왕의 성은을 입지 못하면 구중궁궐에서 평생을 홀로 살아야하는 궁녀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다.” (KBS드라마국 이녹영 부주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애란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묘사된 장희빈의 모습은 독립적인 여성이 아니라 강한 성공 욕구를 가진 패권주의적 남성상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작품 전체의 완성도보다 선정적인 장면을 끼워넣어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사극 ‘장희빈’은 6일 첫 방영때 20.1%(TNS미디어코리아 조사)의 시청률로 비교적 순탄하게 출발했으나 13, 14일에는 15∼16%대로 내려섰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