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책]시인 김갑수 EBS '책과 함께…' MC 맡아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5시 35분


지식인들이여, 방송을 점령하라!

EBS의 책 소개 프로그램 '책과 함께 하는 세상'에서 고정 MC를 맡은 시인 김갑수의 각오는 비장하다 못해 도발적이다. 10월부터 KBS 제 1라디오(97.3 Mhz) 김갑수의 문화읽기 (매일 오전 10·05)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이미 라디오에서 탄탄한 방송경력을 쌓아왔다. KBS 1 TV, '책을 말하다'에서 토론자로 나오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TV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현재 지식인의 설 자리는 학교와 신문의 칼럼란 밖에 없어요. 유럽의 경우 방송은 지식인의 삶터 중 하나입니다.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날라리 지식인' 으로 취급하는 엄숙주의는 사라져야 해요. 교양프로마저 오락과 접목되는 추세 속에서 지식인의 방송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제작진은 김씨를 영입하면서 기존 책 소개 프로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전 명작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신간 소개 위주나 시류에 편승하는 아이템을 과감히 버리기로 한 것. 7일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에 이어 14일에는 18세기 영국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를 다룬다.

"저는 솔직히 책 많이 안 읽어요. 대신 한 권을 두고두고 정독하는 편이죠. 인간 내면에 왜곡된 형태로 잠복해있는 감성들을 표출시키는 책을 좋아합니다. 사드나 바타이유의 작품을 종종 읽어요. 너무 이상해보이나요?(웃음)"

그는 음악 마니아로도 정평이 나있다. 10월 음악 에세이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를 낸 그는 인터뷰 때도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를 틀어놓고 있었다.

"요즘은 1970년대 포크 LP 음반을 모으고 있어요. 저를 클래식 마니아로 알고 계신 분도 많은데 한가지에만 매달리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출판비평가 방송인 시인 등 그의 직함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본업은 어쨌든 시인. 새 시집은 언제쯤일지 물었다.

"시인은 시인으로 생활해야 시를 쓸 수 있어요. 속세를 떠나는 수도승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죠. 지금같아서는 어렵겠죠.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시인 김갑수로 돌아갈 겁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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