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주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 회장(왼쪽)과 김지영 씨가 각각 아들(인주호)과 딸(강다경)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 1보루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2024년 9월부터 베하클을 운영하고 있는 둘은 “아이를 업거나 안고 산에 오르니 아이도 좋아하고 우리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출산한 뒤 학창 시절부터 즐기던 등산을 못 하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52일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작정 집(서울 중랑구 상봉동) 근처 봉화산에 올랐다. 힘들었지만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계속 산에 오르며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더니 함께 하겠다는 엄마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정주부 오언주 씨(36)는 2024년 9월 아기를 안거나 업고 산에 오르는 ‘베이비하이킹클럽(베하클)’을 만들어 회장을 맡았다. 오 회장은 “엄마도 건강해지지만 아이들도 자연을 배우며 튼튼해진다”고 했다.
“아이를 안거나 업고 오르면 처음엔 힘들지만 바로 적응해요. 당연히 체력도 좋아지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새 지저귀는 소리에 반응하고 꽃과 나무, 돌, 바위 등을 만지며 자연을 느껴요. 걷기 시작하면서 개울에서 물장구치면 너무 행복해하죠. 말귀를 알아들을 때 ‘어디 갈까?’ 하면 바로 ‘산’이라고 말해요.”
오 회장은 베하클 운영을 함께하는 김지영 씨(29)와 함께 8일 각각 아들(인주호·1년 10개월)과 딸(강다경·1년 8개월)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를 올랐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식 및 방한 도구를 넣은 캐리어에 아이 몸무게까지 17kg이 넘었다. 군대 단독군장보다 무거웠지만 아차산 1보루까지 20분 넘게 걸리는 코스를 쉬지 않고 단번에 올랐다. 둘은 “솔직히 아이 업고 산을 오르는 게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든 것을 참고 올랐을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기분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육아가 더 재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베하클 온라인 회원은 1800명이 넘는다. 매 모임 참여 인원은 10∼20명. 지난해 10월 서울여대에서 열린 1주년 기념행사엔 100가정이 참여했다. 요즘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임에도 매주 2∼4회 산을 오르고 있다. 날씨 좋은 봄가을엔 거의 매일 오른다. 주로 북한산, 불암산, 아차산, 정발산 등 수도권 산을 오르지만 강원도와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산도 찾고 있다. 보통 험하지 않은 완만한 코스로 왕복 2시간 이내로 잡지만, 4시간 이상 이어질 때도 있다.
오 회장은 “사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결국 혼자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등산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무도 산에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임을 만들면서도 걱정했었죠. 그런데 김지영 씨를 비롯해 엄마들이 한두 분 참여하면서 10명을 넘겼고, 결국 1800명이 넘었어요. 많은 엄마가 산후 우울증을 경험했어요.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오는 우울증을 등산으로 털어내면서 좋아했죠. 체력이 좋아야 우울증도 이길 수 있어요. 체력이 좋아지니 엄마들이 늘 웃게 되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고 있어요.”
오 회장은 중고교 시절부터 친구들이랑 북한산을 자주 올랐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북한산을 찾게 됐다. 그는 “산에 오르면 공부하면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성인이 된 뒤는 국내외 산을 올랐다. 2016년 혼자서 남미 페루 마추픽추를 찾았다. 2017년 여행자 모임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남편을 만났고, 이후 함께 전 세계를 트레킹하고 있다. 국내 명산은 물론이고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도 함께 다녀왔다. 부부는 아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한 김 씨는 “아이를 낳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언주 님 SNS를 보고 합류했다”고 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요즘 키즈카페 등 실내 놀이시설이 많은데 야외로 나가니 아이가 솔방울, 도토리를 만지며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 국영방송 BBC월드서비스가 베하클 스토리를 방영했다. 오 회장은 “BBC가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국가로 유명한 대한민국에 이런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는 순간 제 삶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니 저도 아이도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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