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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1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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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박감독의 인터뷰는 영화를 바라보는 중견 감독의 영화적 인식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평론에 대한 반응을 담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시선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일은 뭐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겠다는 영화감독이 관객과 평론을 폄훼하는 태도를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무례하며 교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박감독은 ‘논리보다는 이미지 전달에 신경을 썼고 결과에 만족한다’거나 ‘자신은 제작비와 흥행에 신경쓰지 않는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영화평론한다는 친구들이 영화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공부를 너무 안한다. 이해도 못하면서 재미없고 불친절하다며 욕하는 건 문제가 있다’ ‘상업영화가 아닌데 왜 자꾸 그 잣대로 할퀴나’로 이어지고 있다.
행간의 의미를 들여다볼 때 박감독은 관객이나 평론가들을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존재쯤으로 여기고 있다. 심오한 역사인식과 시각적 상징의 찬란함을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진정한 관객이며 평론가라는 인식은 자만을 넘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감독이 관객이나 평론가 위에 서 있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이때의 ‘작가주의’는 그런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정당화하는 방패일 뿐이다.
감독을 작가로 평가하는 작가주의 이론은 영화비평의 한 갈래이며 평론가들이 쓰는 용어다. 감독을 모든 결과와 책임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면죄부가 아니다.
더구나 감독이 자신을 작가라고 자칭하는 것은 스스로 훈장을 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감독이 관객을 무시하면 관객 또한 감독을 버린다. 관객은 겸손하게 존중해야 할 대상이지 설교와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평론가 또한 마찬가지다. 박감독의 문제는 제작비 부족이나 관객의 몰이해가 아니라 스스로를 포장하는 자만이다.
조희문〈영화평론가·상명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