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다역 「IMF형 PD」 『요즘 잘나갑니다』

  • 입력 1998년 3월 10일 08시 12분


KBS 김진규PD
KBS 김진규PD
《연출도 맡고, 진행도 하고….

IMF시대에 허리띠를 조여맨 방송사에서 1인 다역의 ‘IMF형 PD’들이 뜬다. 확실한 경비절감으로 소속회사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들은 음악전문 PD들. 인기나 뛰어난 외모보다 전문지식이 더 중요한 분야라서 ‘1인 다역’이 가능했다.》

2일부터 KBS 2FM에서 ‘김진규의 추억의 골든 팝스’(매일 오전11·00)를 진행하는 김진규PD. 작가도 없고 엔지니어도 따로 없다. 혼자서 PD 작가 엔지니어 DJ 등 1인4역을 맡고 있다.

자신은 “축구장에서 보조감독으로 서있다가 갑자기 맨발로 시합에 뛰어든 느낌”이라지만 김PD의 ‘단독 플레이’로 버는 돈은 한 달에 5백80만원이나 된다. 지금까지는 작가 두명과 진행을 맡았던 가수에게 월 6백만원이 나갔지만 지금 김PD가 받는 돈은 진행경비 20만원뿐이기 때문.

그는 30년 가까이 대중가요 프로만을 만들어온 음악전문PD다. 그동안 사들여 집에 쌓아놓은 음반도 LP가 5만장, CD가 2만장이나 돼 이사할 엄두조차 못낼 정도.

직접 마이크를 잡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70년대 대구의 한국FM에서 ‘김진규와 함께’라는 음악프로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도 연출과 진행, 기술을 혼자서 도맡아 한 ‘새마을형 PD’였다.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서 여러 일을 하자니 정신없을 것같지만 제일 큰 적은 의외로 졸음이란다. 대구에서 ‘김진규와 함께’를 진행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자버리는 바람에 한 가수의 노래가 다섯곡 연달아 나가 혼쭐이 났던 경험이 있다.

“요즘은 영화 ‘접속’의 영향때문인지 흘러간 팝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옆집 아저씨가 ‘야,이거 좋은데 한 번 들어볼래?’하는 것처럼 제 프로가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PD가 ‘오디오 형’이라면 음악전문 케이블TV인 m.net(채널27)에서 5일부터 ‘타임 투 록’(목 밤11·00)을 진행하는 신형관PD(29)는 ‘비디오 형’이다.

해박한 음악지식과 깔끔한 외모,패셔너블한 옷차림이 ‘보다 싼 진행자’를 찾던 ‘타임 투 록’의 양희승PD의 눈에 띄어 전격 발탁됐다.

월급을 받으면 절반은 CD구입에 쓰는 신PD는 “새로 나온 문화와 유행, 기술력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당하게 전자오락에 빠져 사는, 영락없는 신세대다.

제일 잘 부르는 노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이고 대학(연세대 국문과)시절부터 신촌의 록 전문카페에서 DJ일을 해온 그는 m.net에서도 손꼽히는 록음악 전문가. 이름도 생소한 ‘콘’‘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레드핫 칠리 페퍼스’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다.‘타임 투 록’에서는 VJ이지만 ‘닥터 엠’이라는 음악 프로의 연출도 맡고 있다. “록 마니아들보다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록음악을 알고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낼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록 마니아 신PD의 바람.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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