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실버가요제」,노인 천여명 웃음속 노래 자랑

  • 입력 1997년 1월 30일 20시 09분


[金甲植기자] 전국의 「실버세대」가 은발을 휘날리며 한자리에 모였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만 55세 이상의 내로라하는 「동네가수」 1천1백73명이 28일 KBS신관라디오공개홀에서 열린 「97전국실버가요제」의 예심에 참가한 것. 인천 부평동의 오윤수(65) 안영자(57)부부는 각설이 복장으로 마카레나춤을 선보였고 한 참가자는 인기 댄스그룹 「클론」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복장으로 무대에 섰다. 또 한때 악극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권성택씨(70·전북 익산)는 전자 기타와 하모니카로 「목포의 눈물」을 멋드러지게 연주했다. 이들이 대회에 출전한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상금을 타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경제형이 있는가 하면 『한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꼭 화려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집념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방송국을 구경하고 노래실력도 테스트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아니냐』는 「나들이형」 참가자들이었다. 「목포의 눈물」 「가거라 삼팔선」 등 구성진 옛 노래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다이애나」를 비롯, 「꿍따리 샤바라」 「젊음의 노트」 등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노래들도 흘러나왔다. 이날 예심은 오후1시부터 시작돼 다음날 새벽 4시까지 15시간동안 휴식없이 강행군으로 치러졌지만 순서를 기다리며 악보를 펴놓고 연습을 하는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웃음과 박수가 어우러지는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버세대의 가족과 동료 등 「팬부대」의 성원도 만만치 않았다. 박은혜(18·명덕외국어고) 지혜(15·신목중)자매는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른 할머니 이정실씨(68)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다. 그러나 본선 진출은 불과 20개팀. 60대 1의 경쟁률 때문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 자꾸 틀니가 빠지려고 해서 잘 안되네요』 『가족들 때문에 무조건 합격해야 합니다』 심사단은 『아들이 미국에서 봐야 한다든지 설날에 대접받으려면 꼭 합격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IPS의 영업부차장인 조재덕씨(61)는 『연장자의 경험을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요즘 사회의 분위기』라며 『예심에서 탈락했지만 노래를 통해 활기찬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의 본선에는 중학교 교장출신의 이권일씨(70), 부천유치원장 나현숙씨(57) 등 20개팀이 가족과 함께 출연하며 9일 오전7시반 KBS 1TV를 통해 녹화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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