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인상 가세, 31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 동아일보

물가상승 압력-엔화 약세 대처
기준금리 0.25%P 올려 年 1%

일본은행(BOJ·중앙은행)이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75% 정도’에서 ‘1% 정도’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는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등 물가 상승 압력과 엔화 약세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시장은 일본 경제가 장기간 저금리 시대에서 벗어나 금리 정상화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원유 가격 상승을 계기로 기업 간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감염증으로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8명의 정책위원 중 7명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감축을 내년 4월부터 중단하기로 하며 채권시장 안정화에도 나섰다. 이날 금리 인상이 발표된 후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70,000엔 선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쟁 인플레에 日-EU 금리 올려… 한은도 내달 인상할듯

[日도 금리인상 가세]
日, 기준금리 1% 진입
일본은행,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美 연준도 연내 기준금리 올릴듯
글로벌 ‘고금리-저유동성’ 가능성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치인 연 1%대로 올린 이유는 미국-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이미 석유 생산 시설이 손상된 만큼 당분간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향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앞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향후 유동성 축소, 이자 비용 상승,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유동성’ 장세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금리·저유동성’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日 31년 만에 기준금리 최고 수준

일본은행은 16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반년 만으로, 1995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경기 하방 위험보다 물가 상승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 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일본은 최근 2년간 5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양적 완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우치다 신이치(内田真一) 일본은행 부총재는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물가 상승과 관련해 우치다 부총재는 “기업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빠르게 진행돼,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전쟁 이전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국제 유가는 미국의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겹치면서 급등해 한때 11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8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지속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전쟁으로 파손된 중동 산유국의 생산 시설을 다시 가동하고, 원유 수송로를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물가가 안정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이미 오른 원자재 가격이 생산·유통 전반에 누적된 만큼 기업들이 단기간에 값을 낮추긴 쉽지 않다.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게 세계적인 특성이다.

● “금주 미 FOMC, 글로벌 향방 결정”

주요국은 연달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가가 안정세를 보여도 유동성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1일(현지 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2년 9개월 만에 3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중동 전쟁 이후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은 16일 금리를 연 4.35%로 동결했지만 “필요시 추가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호주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시장의 관심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16, 17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지만, 향후 금리 경로와 관련해 매파적 신호를 내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1년 전보다 4.2% 상승)이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인플레이션에 경계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7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연내 2회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내달 0.50%포인트를 인상하거나 7, 8월에 2개월 연속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와 높은 환율은 잡을 수 있지만 서민의 가계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투자 여력이 취약한 중소·영세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OMC에서 긴축적인 자세를 강하게 보인다면 한국은행과 다른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경기가 제대로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양극화가 심화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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