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5월 들어서만 1조8000억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장중 8,000선을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연 10%대 고금리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신용대출 잔액도 1년 전에 비해 7배로 불어나는 등 빚투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14일 기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 잔액은 106조1523억 원으로 4월 말(104조3413억 원)보다 1.7%(1조811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2조2658억 원)의 약 80%에 해당된다.
은행권에서는 주식 투자를 위해 마이너스통장(마통)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전후로는 신용대출이 주택 매수를 위한 자금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올들어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마통이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5대 은행 마통 잔액은 이달 12일 41조3053억 원까지 불어나는 등 40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 증시 대기 자금(투자예탁금)도 12일 137조4174억 원으로 사상 최대로 불어난 이후 최근까지 130조 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빚투 움직임은 은행뿐만 아니라 대출 금리가 연 10%대로 높은 P2P 업계에서도 보인다. 국내 P2P 신용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3051억 원으로 1년 전(413억 원)의 7.4배로 불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4일 기준 36조4698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돈으로 빚투 수준을 보여준다. 덕분에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가 1분기(1~3월)에 벌어들인 신용융자거래에 따른 이자 수익은 총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3846억 원)보다 55.9% 늘었다.
빚투 수요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나 버핏 지수 등 주식시장 과열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이 빨간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8,000을 찍고 단숨에 7,500선 아래로 내려오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투자 결단을 내리지 못한 돈들은 은행, 증권사에만 840조 원 가까이 남아있는 등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높아져 이익 실현이 이뤄지면 해당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는 건 예측 못한 사소한 계기로 이루어지는 만큼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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