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본전’ 본게임 돌입…아마존·소프트뱅크·엔비디아 참여, 인프라 투자 가속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픈AI는 기업가치 8500억달러를 목표로 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Getty Images
오픈AI가 1000억달러(약 130조원) 이상을 유치하는 초대형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 단계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자금 조달이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8500억달러(약 1100조원)를 웃돌 전망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과 맞먹는 규모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전략적 투자자(SI) 중심의 1단계 투자 유치를 거의 마쳤다.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는 73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되, 투자 후 가치(post-money)는 85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금 규모와 참여 기업 면면은 이번 라운드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 아마존·MS·엔비디아 총출동…‘전략 동맹’ 성격
1단계에는 아마존,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아마존 최대 500억달러, 소프트뱅크 300억달러, 엔비디아 200억달러 투자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들 전략적 투자자의 출자만으로도 1000억달러에 근접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오픈AI 지분 약 1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보도 직후 도쿄 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상승했다. 손정의 회장이 다시 한 번 대형 기술 베팅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금은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집행(tranche)될 전망이다. 이후 2단계에서는 벤처캐피털과 국부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해 총 조달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라운드는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인프라·칩·클라우드를 묶는 전략적 연합에 가깝다.
● 핵심은 ‘모델’이 아니라 ‘인프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인터뷰에 출연한 모습. 오픈AI는 1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Getty Images
자금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오픈AI는 최근 “수조달러 단위의 AI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는 모델 고도화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네트워크 등 물리적 기반을 대규모로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아마존이 투자와 함께 자사 칩과 클라우드 사용 확대를 조건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AI 기업이 특정 클라우드·반도체 생태계와 결합하는 수직적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경쟁은 알고리즘의 정교함보다 연산 자원과 전력 확보 능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8500억달러…비상장 기업의 위상 변화
8500억달러는 상장 빅테크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다. 비상장 기업이 이 정도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AI가 자본시장에서 독립된 전략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 성격도 변했다. 수익률을 노리는 전통적 VC 투자라기보다, 클라우드·반도체 기업이 직접 자본을 투입해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이른바 ‘AI 자본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초대형 밸류에이션이 ‘AI 버블’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 환경 변화나 AI 서비스의 실질 수익성(ROI) 입증이 지연될 경우, 전략적 투자에 나선 빅테크의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현금흐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라운드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선점에 무게를 둔 베팅에 가깝다.
● 기술 패권은 자본과 인프라에서 갈린다
AI 모델 간 성능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오픈소스 진영과 중국 기업들도 고성능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승부를 가르는 변수는 연산 자원과 전력,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자본력이다.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고, 더 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장기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1000억달러 조달은 이러한 인프라 경쟁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AI 경쟁은 더 이상 스타트업 혁신 서사가 아니다.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가 결합된 산업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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