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 자산 출발선에 따라 16년 뒤 자산 규모가 크게 갈렸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상속·증여나 부동산 취득 여부에 따라 자산 궤적이 달라지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청년기에 어떤 자산을 갖고 출발했는지가 16년 뒤 자산 규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속·증여를 받았거나 대출을 활용해 일찍 부동산을 취득한 집단은 시간이 지나도 자산 상위권을 유지한 반면, 생계형 부채를 안고 사회에 진입한 집단은 하위 구간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했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산 격차 요인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위 10% 고자산가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 안팎을 장기간 유지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상위 10%라도 소득 점유율이 30%대 중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자산 집중도는 훨씬 높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산 격차가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 ▲상속·증여 등 초기 자산 조건 ▲노동시장 지위의 차이 속에서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07년 출발선, 2023년 자산 규모로 이어져
연구진은 2007년 당시 19~34세 청년층의 자산을 부동산·금융자산·부채·노동소득 구조에 따라 다섯 집단으로 구분하고, 2023년까지 자산 변화를 추적했다.
초기부터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부채를 활용해 자산을 운용한 집단은 16년 뒤에도 다른 집단보다 총자산 규모가 현저히 컸다. 연구진은 “높은 부채를 바탕으로 부동산을 추가 취득했거나, 기존 보유 부동산 가치 상승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년기에 부동산이 없고 생계형 부채를 안고 출발한 집단은 자산 하위 분위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았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출발 자산 구조’가 이후 자산 경로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 금융자산 줄고, 부동산 비중은 절반까지 확대
관측 기간 동안 청년층 자산에서 금융자산 비중은 점차 줄어든 반면, 부동산 비중은 꾸준히 높아졌다. 초기에는 부동산이 없던 집단도 16년이 지나면서 부동산을 형성했고, 일부 집단은 총자산의 절반가량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구조로 이동했다.
특히 자산 상위 10%에서는 ‘고부동산·고금융자산·고부채’ 구조를 동시에 갖춘 경우에만 상위 지위를 유지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나타났다. 단순 보유가 아니라 자산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구조가 상위 유지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수도권, 특히 아파트 중심의 자산 형성 행태가 자산 격차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 실업률 오를수록 하위 40% 점유율 하락
노동시장 상황도 자산 격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OECD 국가 패널 분석 결과, 실업률이 높을수록 상위 10% 자산 점유율은 높아지고, 하위 40%의 점유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산 지니계수 역시 상승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중상위 자산 분위에 속할 확률이 높아지는 ‘교육 프리미엄’도 확인됐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자산 축적에 가장 유리했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무직 가구는 자산 축적 측면에서 취약했다.
● “소득 보전 넘어 자산 형성 기회 넓혀야”
연구진은 단기적 소득 지원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완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저학력자와 취약계층의 금융지식·금융기술·금융행동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자영업 실패 위험을 줄일 안전망을 보완하고, 중·저자산층이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속·증여가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사회적 상속’ 개념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겼다.
● 격차는 저절로 줄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는 자산 격차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청년기 자산 구조에서 시작돼 장기간 이어지는 흐름임을 보여준다. 16년 추적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격차가 자연스럽게 완화되기보다, 초기 조건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소득 보장 중심의 기존 정책을 넘어, 자산 형성 자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산은 단순한 소득의 축적을 넘어 가계의 위기 대응 능력과 주거·교육 기회를 좌우하는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중·저자산층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금융역량 강화, 자영업 위험 완화, 조세·복지 정책의 연계 등을 포함한 포괄적 자산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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