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저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열풍이 계속되면서 양사 모두 올해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길 것이라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최고액은 삼성전자가 180조 원, SK하이닉스가 148조 원에 이른다.
최대 복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관세다. 지금 시장 상황은 수요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만약 관세가 부과된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미국 기업이 관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엄포만 놓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중국의 CXMT의 거센 추격도 불안 요인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반도체 지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News1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이익 300조 원 돌파 전망
1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은 333조 6059억 원, 영업이익은 43조 60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8%, 33.23% 증가한 수치다. 전년 4분기 매출액은 93조 8374억 원, 영업이익은 20조 737억 원이었다. 연간 기준 매출 300조 시대를 열었고 4분기 영업이익은 한국 기업 사상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 호실적의 주역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4조 원, 영업이익만 16조 4000억 원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연간 매출액은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은 47조 20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매출은 32조 8267억 원, 영업이익은 19조 1696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K-반도체의 약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덕분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필수재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확충이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 AI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한참 초과했다. 현실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마이크론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1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15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내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장 HBM4의 2월 양산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HBM4 물량의 3분의 2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낸드플래시 생산법인 ‘솔리다임’을 AI 투자 및 설루션 컨트롤타워로 전환하고, 산하에 자회사로 설립해 기업용 SSD(eSSD) 및 고용량 낸드 사업을 넘길 예정이다.
News1美 반도체 관세 예고…마이크론·CXMT 도전 거세진다
물론 불안 요인도 있다. 미국이 세상에 없던 고율의 반도체 품목 관세를 추진 중인 점이 최대 복병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선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협상 결과를 뒤집었다.
관세의 위력은 최근 현대차그룹 실적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300조 3953억 원을 기록했지만 미국 관세에 따른 연간 영업손실이 약 7조 2000억 원에 달하면서 영업이익이 20조 54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다.
트럼프의 엄포는 한마디로 반도체 역시 미국에 공장을 짓고 거기서 생산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국내외에 약 490조 원, SK하이닉스는 624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 중이다. 투자 체력을 모두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기업의 견제와 도전 역시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최근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을 투자해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 뉴욕 메가팹 착공에 나섰다. 단일 부지 기준, 미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최대 4개의 팹을 구축, 2030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 본사 부지에도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 연구·개발(R&D) 시설과 최첨단 D램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또 대만 파운드리 업체 PSMC의 퉁뤄 P5 팹을 약 18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에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역시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5%로 4위 수준인데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지난 2016년 설립한 CXMT는 2023년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다. 게다가 중국 지방정부가 2조 6000억 원을 투자했고 중앙정부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9/뉴스1아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에 비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그간 첨단 산업 육성 과정에서 보였던 전례를 볼 때 향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국회는 지난 29일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재정적·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업계에서 요청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국민의힘에선 더불어민주당에 2월 국회에서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 완화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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