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소트럭 96%가 중국산… “이대로면 시장 주도권 뺏긴다”

  • 동아일보

[위클리 리포트] 기로에 선 미래 에너지 ‘수소’… 수소시장 선점 나서는 세계 각국
中, 2035년 수소경제 선도국 목표
인도는 수소에 150조원 투자 집행
“전기차처럼 보조금 지급 등 필요”

“이러다가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도 중국에 다 빼앗기게 생겼다.”

최근 수소 에너지 관련 연구를 하는 학계에서 나오는 위기감이다.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비중도 빠르게 늘려가면서 ‘수소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수소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175억 달러(약 319조 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30년경에는 시장 규모가 지금의 10배 수준인 3000조 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에 수소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2020년경에 ‘2035년까지 수소 경제 선도국 도약’을 목표로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203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100만 대 보급하고, 국가 차원에서 최대 연간 20만 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3개 도시에서 수소차 보급 시범 정책을 시행했다. 도시와 차량 운영사, 수소충전소 운영사 등에 보급 및 운영 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2022년에는 적용 도시가 총 50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중국의 FCEV 트럭 대수는 2024년 1만5000대 수준까지 늘었다. 전 세계에 돌아다니는 FCEV 트럭 1만5500여 대 가운데 약 96%가 중국 차라는 의미다. 이렇게 중국의 수소 트럭이 크게 늘면서 중국은 현재 전 세계의 차량용 수소 소비 중 50%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도 뛰고 있다. 2023년 1월 발표한 ‘국가 그린 수소 미션’은 2030년까지 연간 500만 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현재 kg당 약 8달러(약 1만1700원) 수준인 그린 수소 가격을 3.75달러(약 5500원)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총 880억 유로(약 150조 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관련 일자리 6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세웠다.

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승용차의 경우 2018년 처음 출시됐던 유일한 FCEV 승용 차량인 ‘넥쏘’가 6년간 신모델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해 이 차량 판매 대수는 2751대에 그쳤다. 그나마 올해 신모델인 ‘디 올 뉴 넥쏘’가 출시돼 11월까지 5325대가 팔리는 등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반면 FCEV 트럭은 중국의 0.1% 수준인 15대만 운행 중인 것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FCEV 버스는 지난해 기준 총 1700대가량이 운행돼 트럭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수소 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열악해 버스 사업자들이 선택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용차 부문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는 상호 보완재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정부 지원 정책이 전기차에 맞춰져 있다”며 “수소 트럭이나 버스를 운행하는 기업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추가 지원책이 있어야 수소 차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소차#중국#수소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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