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김치라면 ‘라바이차이’ 중국어 표기 논란…농심 “법령 문제 없어, 계속 쓸 것”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5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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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라바이차이, 中 동북 배추절임 음식으로 김치와 전혀 달라” 지적
한국 문체부, 김치 중국어 표기로 인정해 왔던 파오차이 삭제…‘신치’ 새로 명시
농심은 “신치 용어 사용할 경우 중국 현지인들이 이해할 수 없어, 불가피” 입장

국내 유명 라면 업체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라면’ 사발면 포장지에 ‘김치’를 중국어로 ‘라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라바이차이 표기를 두고 문제 삼기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 김치를 지칭하는 중국어가 없었고, 불과 3년 전에 신치(辛奇)라는 공식 명칭을 마련했지만 이 용어는 중국인들에게 여전히 낯설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그동안 김치를 지칭하는 단어로 ‘한궈라바이차이(韓國辣白菜)’나 한궈파오차이(韓國泡菜) 등을 사용해 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팔로워들이 공통으로 제보했다”며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으로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 및 글로벌타임스의 김치 도발 기사,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의 김치 기원 왜곡 등 지속적인 ‘김치공정’을 펼쳐 왔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국내외로 김치에 관한 기본적인 표기부터 잘 사용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중국어 표기를 사용하게 되면 중국에게 또 하나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며 “김치 종주국으로써의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떨칠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도 올바른 김치표기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분했다.

농심은 이와 관련 그동안 김치를 지칭하는 말로 그동안 널리 사용돼 온 라바이차이를 놔두고 신치를 사용할 경우 중국 현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만큼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김치라면 용기면에 큰 영어 글씨로 ‘스파이시 김치 플래버’(Spicy Kimchi Flavor·매운 김치 맛)이라고 표기했고 영어를 잘 모르는 중화권 국가 소비자를 위해 작은 글씨로 ‘라바이차이’ 표기를 병기한 것”며 “신치라는 용어는 중국 현지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동북공정 논란이 있었던 파오차이 대신 라바이차이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돕기위해 라바이차이라는 용어를 병기한 것”이라며 “법령에 위배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이를 신치로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인정받은 후 그동안 이렇다 할 한자 표기법이 없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그동안 김치를 ‘한궈 라바이차이’나 ‘한궈 파오차이’로 불러 왔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 지역의 채소절임 음식이다.

파오차이가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중 한국대사관 등과 논의를 통해 중국어 표기법으로 ‘신치’를 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에서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인정해 왔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신치’를 새로 명시했다.

이를 두고 ‘신치’가 김치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치는 ‘맵고 새롭다’는 뜻이라 직관적으로 김치를 지칭한다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칼럼을 통해 “현실적으로 중국에 수출하는 김치에 ‘신치’를 단독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에서 유통·판매되는 식품에는 제품의 ‘진실 속성’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명칭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중국의 식품안전국가 표준(GB)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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