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된 성장과 수출 실적은 대단한 성과였다. 다만 의도치 않게 대·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 종사자들 간 임금 및 근무환경의 격차도 만들었다.
한국의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 사고사망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1998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1662명이었다. 이 중 50인 미만은 828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49.8%였다. 2020년에는 사고사망자가 882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50인 미만은 714명으로 비중이 무려 81.0%로 높아졌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소기업 사고사망자 비중 증가의 원인으로 대·중소기업 간 중대재해 예방 역량의 차이를 지목할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설비 및 안전관리자 등의 안전자원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대기업은 산업안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향후 대·중소기업 간에 임금뿐 아니라 산업안전 이중구조가 더 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 이중구조 개선 대책을 서둘러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 간에도 차이가 있다. 대기업들은 1차 사내협력사의 산재 예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내협력사들은 원청의 지원으로 안전보건 인증도 받고, 안전보건 교육 및 위험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사업장 내 유해 위험 요인 제거 효과가 이미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의 2∼4차 협력사와 독립 중소기업들이다. 사업 예산도 넉넉지 않은 이들은 안전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업장 안전역량 확보가 미진하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안전 이중구조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산업안전 역량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직후 중소기업의 안전수준 향상 지원을 위해서 ‘안전투자 혁신사업’을 2021∼2023년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2021∼2022년 지원받은 업체가 3796곳인데 자동차, 기계, 전자산업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다수였다. 2021년 기준 산재보험에 가입한 50인 미만 제조업체가 38만9204곳임을 감안하면 지원받은 업체가 1%뿐인 것이다. 따라서 한시적인 ‘안전투자 혁신사업’은 상시사업으로 전환해 중소기업들을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안전역량 확보 지원은 현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침 정부는 내년부터 ‘안전투자 혁신사업’을 ‘안전동행 지원사업’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안전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업이 반드시 효율적으로 진행돼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수준 격차 완화 등 산재 예방 분야 이중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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