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의약품 자국서 생산하라”…韓제약협회 “우방국 차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4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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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지난해 9월 미국이 ‘바이오 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골자로 내놓은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이달 20일 ‘우방국 차별은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바이오 산업 전반의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미 정책에 국내에서도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12일 자국 내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강조한 행정명령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이후 미 정부는 행정명령 추진의 일환으로 관련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의견수렴에서 미 정부는 바이오 기술과 제조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미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자국 내 공급망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점과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 방안 등은 무엇인지 등 24개의 항목에 대해 질의한 상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 회원사에 대해 의견 제출을 독려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미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한국의) 기업들이 보스턴, 실리콘밸리 등을 포함한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에 필수적인 원료의약품 및 바이오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80년 이상 혈맹 관계를 유지해 온 바, 우방국에 대한 차별조치가 있어선 안되며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기조에 어긋나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한국은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제조 인력이 많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선정되는 등 인프라 구축도 잘 돼 있다”며 국내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은 바이오 의약품만 아니라 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분야 전 산업에 걸쳐 미국 내 생산과 연구를 강조한 행정명령이다. 미 정부는 자국 내 바이오 생산기반을 구축하는데 10억 달러(1조2350억 원)를 투입하고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생산시설을 보호하는 데 2억 달러를 쓰는 등 2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정부는 행정명령 서명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 되는 올해 3월경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기업의 건의사항을 받아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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