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尹정부의 굳은 결심[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08시 00분


코멘트

계묘년 첫 황금알
확고한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

금알: 금주 알아야 할 부동산정보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는 모두 1276건. 하루 평균 3.5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과 학술단체 등에서 쏟아낸 논문이나 보고서, 각종 부동산 관련 사건사고 등까지 합치면 그 수는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납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와 활용방안 등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2023년 계묘년 시작부터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만한 중요한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됐습니다. 가짓수도 많거니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한 내용이 적잖습니다. 그 중에서도 국토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와 도시계획 혁신 방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고시 등 3가지는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대통령 업무보고
투자수요 불러내 경착륙 막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국토부가 올해 추진할 역점사업들의 청사진에 해당합니다. 올해 국토부는 5개 핵심 추진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국토의 균형 발전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구현 ▲교통 혁신 ▲국토교통 관련 산업의 활력 제고 ▲살기 좋은 생활환경 조성 등입니다. 하나같이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안입니다.

이번 주에는 부동산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주택시장 안정 관련 사업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나머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리하겠습니다.

국토부는 주택시장 안정화와 관련해 ‘시장 변화에 부응하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고 주택시장의 과도한 규제 정상화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기반 강화를 실행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추락 수준으로 떨어지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단절 수준인 주택거래시장을 되살려 경착륙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단순한 실수요뿐만 아니라 여윳돈 투자자 수요도 유인해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선 5일자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곳을 빼고 모두 해제했습니다. 4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1세대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기 위한 2년 거주 요건도 사라졌습니다. 3년 이상 보유하면 모두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주택자의 경우 최대 30%포인트까지 중과되는 양도세도 없어졌습니다. 최장 10년이던 청약 재당첨 제한도 사라졌습니다.

전매제한 규제도 대폭 완화됩니다.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각각 줄어듭니다. 이 조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작업이 필요해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2월부터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됐던 2~5년의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다만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12억 원으로 설정돼 있던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도 1분기 중 폐지됩니다. 즉 고가 아파트여도 분양받으면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목돈 마련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실수요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새 아파트 청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밖에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됐던 기존주택 처분 의무가 상반기 중 폐지되고, 무순위 청약에 유주택자도 2월부터는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여윳돈 투자자의 주택수요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런 정부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감지됐습니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정부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감정원이 5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시세(2일 기준)에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0.67%로 전주(-0.74%)보다 줄었습니다. 지난주까지 8주 연속으로 역대 최대 하락을 이어오다 9주 만에 멈춘 것입니다. 하락폭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9일 조사(보합) 이래 약 8개월 만입니다. 전국 아파트값 역시 0.65% 떨어지며 전주(-0.76%)에 비해 내림세가 축소됐습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매수심리도 모처럼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첫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전주(63.1) 대비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해 6월 첫째 주 이후 8개월(35주) 만입니다. 여전히 60대로 수치가 낮지만 계속해서 감소하던 매매수급지수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준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경기 침체의 그늘은 당분간 더 짙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확인됐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자금 조달 계획을 따져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② 도시계획 혁신
신도시 조성 대신 구도심 재활용
도시계획은 주거환경 보호를 위해 토지의 용도를 주거 상업 공업 등으로 구분하고, 그에 맞게 이용 밀도(용적률 건폐율 등)를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체계가 20세기 제조업 시대에 마련된 것으로 시대변화에 따른 수요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으로 직주 근접과 고밀·복합 개발 등 새롭게 발생하는 공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토지 용도와 밀도를 엄격하게 구분해온 기존 도시계획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도심에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공간혁신 구역’을 도입하는 게 골자입니다.

도시혁신구역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토지 용도와 용적률, 건폐율 등의 규제를 없앤 ‘한국판 화이트 존(White Zone)’입니다. 민간 사업자가 기존 도시계획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아파트와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이 어우러진 초고층 복합 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도시계획 치외법권’ 구역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등 대형 부지 개발이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7월 이 일대 49만3000㎡를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복합용도구역은 쇠퇴한 구도심이나 영세 제조업체가 몰린 산업단지 등을 살리기 위한 지역입니다. 공업지역에 아파트나 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등 기존 용도지역에선 불가능했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은 철도나 체육센터,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주거·상업시설을 짓는 지역을 말합니다. 시청 등 공공청사와 아파트, 병원을 복합 단지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도시계획 방안은 국토계획법 개정 사항입니다. 정부는 이달 중에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하위법령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또 일부 노후 공업지역 재정비나 스마트 도시 개발사업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그 결과를 분석해 공산혁신구역 계획수립지침 등에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정부 계획은 도시 중심지에 위치한 부동산 가치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정부는 새로운 도시 기능에 대한 수요를 신도시 조성으로 대응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원도심이 침체에 빠지는 일이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도심을 재활용하겠다는 것인 만큼 원도심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③ 안전진단 기준 개정
재건축 막는 대못 뽑혔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국토부는 지난 5일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및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 수립지침’을 개정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밝혔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마련된 것입니다.

핵심은 평가항목 배점비중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대신 주거환경(15%→30%)과 설비노후도(15%→30%) 비중을 높인 것입니다. 또 조건축 재건축 범위를 ‘30~55점 이하’에서 ‘45~55점 이하’로 조정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이 가능해집니다. 공공기관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대상도 ‘조건축 재건축 판정 단지’에서 ‘시군구청장이 의뢰한 물량’으로 조정됐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국토부는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종전기준에 따를 경우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이 이뤄진 단지 46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곳은 ‘유지보수’여서 재건축이 어렵습니다. 또 21곳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공공기관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기준을 적용하면 ‘유지보수’는 11곳으로 크게 줄고 대신 ‘조건부재건축’이 23곳, ‘재건축’이 12곳으로 각각 늘어나게 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춤했던 아파트 재건축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의 경우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나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가 30여만 채에 달합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층고 규제 해제나 신통기획 본격 추진과 맞물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