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10년만에 4% 넘어 자금조달 비용 급증 유동성 비상
물가 상승에 코로나 재확산 겹쳐… 보복소비도 꺾여 실적 둔화 우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들의 하반기(7∼12월)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올 들어 여전채 금리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채 3년물 금리(AA+등급)는 22일 현재 연 4.438%까지 올랐다. 올 초 연 2.420%에서 6월 10년 만에 4%를 넘어선 뒤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여전사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관계자는 “최근 여전사의 대출 신청 건수가 연초보다 20%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여전채 금리가 워낙 높아져 카드·캐피털사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건전성이 우려되는 회사가 많아 대출을 잘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1∼6월)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 강화에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1조5602억 원으로 1년 전(1조4567억 원)에 비해 7.1%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보복소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물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꺾이고 있어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여전사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금리 리볼빙을, 캐피털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7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달 말 6조6651억 원으로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사들이 리볼빙과 PF 대출을 늘려온 만큼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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