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보조금 끊긴다”… 美딜러에 ‘인플레법 경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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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감축법’ 미국 하원 가결
북미 생산 전기차에만 지원금… 기아 “지원금 중단전 빨리 계약을”
바이든 서명전 판매 확대에 전력
2024년부터는 中배터리 배제도… LG-SK-삼성 K배터리 반사이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기 전에 빨리 계약하세요!”

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12일(현지 시간) 미 딜러사에 “곧 전기차 소비자지원금이 끊길 테니 대기 고객에게 계약을 독려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날 북미 생산 전기자동차에만 소비자지원금이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미 하원에서 가결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북미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자동차는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서명한 즉시 세액공제 혜택을 잃게 돼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현대·기아차·아우디 지원금 곧 끊겨”
미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수준의 40%까지 감축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자동차 산업 등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자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에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전기자동차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 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1차 조건은 전기차가 북미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조건은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된다.

당장 미국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현대차, 기아차, 포르셰 등은 곧 지원금이 끊긴다. 아우디 측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미국 사업과 고객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명 직전까지 서면 계약된 구매에 대해선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계약 프로모션을 걸고 최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북미산 자동차에만 지원금 혜택을 주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다.

○ 中 배터리 차는 지원금 완전 배제
내년 1월부터 전기차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넘어선 전기차 업체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내년부터 다시 지원 대상 후보가 됐다.

반면 2025년에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그룹은 3년 동안 보조금 혜택을 놓치게 돼 전기차 시장 확대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현재 건설 중인 미국 공장 내에서 전기차를 얼마나 어떤 모델을 생산할지 국내 노동조합(노조)과 타협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반도체와 더불어 미래 전략 산업으로 규정한 배터리 제조 관련 복잡한 조건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라 자동차 업체들도 “어느 모델이 지원 대상이 될지 우리도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2024년부터는 중국산 배제라는 조항이 효력이 생긴다. 중국, 러시아 등 우려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 탑재 자동차는 2024년부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2025년부터는 리튬 흑연 등 핵심 원료가 중국산이면 안 된다. 이에 따라 2년 반 내에 중국산 원료를 배제하고 미국에서 조립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중국산 원료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난제도 안게 됐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중국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에 배터리 원료부터 제조, 더 나아가 완성 전기자동차까지 미국이나 미국 동맹국에서 제조해야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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