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치솟는데 한국 횡보… ‘디커플링’ 11년 만에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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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악재에
국내기업 더 취약해 주가 발목
미국 증시로 눈 돌리는 개미 늘어
美주식 거래액 한달새 9.4% 증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 발표에도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삼천피(코스피 3,000)’를 회복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병목 현상 등 글로벌 악재에 국내 증시가 더 취약한 구조를 가진 탓이다. 한미 증시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국 증시로 눈 돌리는 ‘개미 투자자’도 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0% 오른 15,971.59에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0.56%, 0.37% 올라 나란히 최고점을 갈아 치웠다. 9월 말과 비교해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의 상승률은 10.54%, 9.05%에 이른다.

반면 상반기(1∼6월)만 해도 미국 증시를 쫓아 달아올랐던 국내 증시는 시들한 모습이다. 5일 코스피는 0.47% 하락한 2,969.27로 마감해 3일째 3,000을 넘지 못했다. 9월 말과 비교하면 3.24%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S&P500지수와 코스피의 등락률 차이는 10.11%포인트까지 벌어져 2011년 2월(9.50%포인트) 이후 11년 만에 최대 수준을 보였다.

한미 증시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업황 둔화 등 최근 발생한 대외 악재에 대한 내성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중 경기민감업종,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공급망 차질과 관련된 업종 비중이 58.9%로 S&P500지수(28.9%)보다 훨씬 높았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국내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한미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 실적이 3분기 고점을 찍어 코스피가 3,000을 오르내리는 횡보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의 소비가 뒷받침돼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디커플링 장기화 우려에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8331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19.70% 급감했다.


반면 지난달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259억1075만 달러(약 30조7400억 원)로 한 달 새 9.42%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잔액도 5일 현재 659억66만 달러로 9월 말에 비해 18% 이상 급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호텔, 항공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상승장에 진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미국 증시#디커플링#국내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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