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청약 문턱… 서울 아파트 경쟁률 3년만에 6배 ↑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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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결혼 4년차인 류모 씨(34)는 올해 서울 아파트의 생애최초 특별공급(특공)에 청약을 넣었다. 맞벌이인 그는 부부 합산 소득이 특공 기준을 초과해 그동안 일반공급 청약만 했다. 하지만 특공 소득 기준이 완화되면서 이번에 처음 특공 청약에 도전한 것. 특공 당첨 가능성은 일반공급 청약보다는 높아 내심 당첨을 기대했다.

하지만 특공 경쟁률은 161 대 1. 다음날 이어진 1순위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150 대 1)보다도 오히려 높았다. 그는 “2년 전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안 산 게 후회스럽다. 지금이라도 사야 할지, 청약 당첨될 때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으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청약 시장의 문턱이 현 정부 들어 크게 높아졌다. 정치권에서 젊은층의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전체 공급이 늘지 않으면 한정된 물량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높아진 당첨 문턱에 ‘청포자’ 속출

1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4.1 대 1이었다. 정부 출범 첫 해(2017년 5월~2018년 4월) 15.1 대 1이었던 경쟁률이 3년 만에 6배 넘는 수준으로 뛴 것이다.

당첨 최저가점인 커트라인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직방’에 따르면 2017년 1~12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순위 커트라인은 45.5점이었다. 이 커트라인은 지난해 58.9점에 이어 올해 1~4월 평균 64.9점까지 치솟았다.

당첨 문턱이 높아지며 30대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따져 매기는 청약가점은 84점이 만점이다. 무주택 기간이 만 30세부터 인정되다보니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층의 청약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세대주가 30대인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은 최고 57점으로 지난해 당첨 최저가점보다도 낮다.

일찌감치 청약을 포기한 이른바 ‘청포자’도 늘고 있다. 5년차 직장인 이모 씨(32)는 올해 5억 원짜리 서울 소형 아파트를 매수했다. 대출금을 제외한 구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청약통장까지 해지했다. 그는 “1인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불가능하지 않냐”며 “집이 있어야 결혼 하는데,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전체 공급 안 늘면 청약제도 개편 무의미”

청약대란은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던 부동산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은 급등하는데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나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를 억누르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졌다. 대출규제까지 더해지며 기존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으로 몰렸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2법이 촉발한 전세난도 청약 시장을 과열시킨 요인이다. 전셋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은 세입자까지 내 집 마련에 나서며 청약 수요가 늘었다. 아파트 청약이 ‘로또’에 비유될 만큼 당첨 가능성이 낮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 이후 청약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가점이 낮은데 소득이 높아 특공에 지원하기 어려운 젊은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의 당첨 기회를 높여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전체 공급을 늘리지 않은 채 청약제도만 개편하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제도를 젊은층에게 유리하게 바꾸면 오랫동안 가점을 쌓은 중장년층은 불리해져 세대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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