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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당근마켓 분쟁땐 실명 제공… “개인정보 유출” vs “소비자 보호”

입력 2021-03-11 03:00업데이트 2021-03-1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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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 책임 강화 법안 시끌 중고 거래에서 이용자 간 분쟁이 발생하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7일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플랫폼을 통한 거래액이 늘어나면서 분쟁 소지도 커졌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논란이 된 조문(29조)은 플랫폼이 이용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신원 정보를 확인하고, 개인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 부분이다. 영향을 받는 업체는 개인 간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인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4곳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1월 월간 순 이용자(MAU)는 132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조문에 대해 ‘당근마켓 실명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당근마켓은 다른 앱과 달리 실명 인증이나 주소 입력 절차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근마켓은 이용자 사이의 연락 두절, 환불 논란 등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수집하고 요구가 있으면 이를 제공해야 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C2C(개인 간 거래) 거래 모델에서 불필요한 정보다. 당근마켓의 가입자 확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거래 상대방의 요구만으로 개인정보가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성명을 통해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근마켓 이용자 주부 김모 씨(35)는 “거래 상대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넘기고 책상과 의자를 팔았는데, 며칠 후 그 남성이 ‘마음이 바뀌었으니 환불하라’며 다짜고짜 찾아온 적이 있다”며 “분쟁을 빌미로 내 개인정보가 넘어가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공정위는 연락 두절, 환불 거부와 같은 제한된 경우에만 개인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분쟁 해결 절차나 민사 소송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상대방을 특정해야 하는데, 현재 당근마켓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대포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에도 플랫폼 업체가 이름, 전화번호 등의 열람 방법을 제공하도록 하는데 당근마켓만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12일 당근마켓 등 C2C 플랫폼 업체, 소비자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개정안의 개인정보 침해 여부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미나 코스포 실장은 “개인정보 제공 말고도 인터넷진흥원을 통한 분쟁 해결 등 대안이 많다”며 “공정위가 이용자와 업계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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